AI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는?"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호수]

신용석 기획위원 2026. 4. 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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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세계의 국립공원
서울 절반 면적의 물의 천국…16개 호수와 92개 폭포 있어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울창한 숲 사이로 청량한 계곡이 파랗게 흐르고, 거기에 하얀 폭포와 초록 물감이 풀어진 호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가 바깥으로 나온 듯한 풍경을 빚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요정들의 숲, 신들의 정원….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호수 풍경'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올림픽 대회가 열린다면 금메달은 어느 곳일까? AI 제미나이Gemini에게 "가장 아름다운 세계 3대 호수"를 물으면 '크로아티아의 요정 플리트비체호수, 이탈리아 알프스 자락의 코모호수, 캐나다 로키산맥의 보석 모레인호수'라고 답한다.

더 구체적으로 '물빛이 아름다운 3대 호수'를 물으니 '에메랄드빛 캐나다의 루이스호수, 비취색 플리트비체호수, 코발트블루의 과테말라 아티틀란호수'를 꼽는다. 무슨 질문을 해도 플리트비체가 빠지지 않는다.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이면서 세계자연유산인 플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의 면적(297㎢)은 서울의 절반쯤이다. 공원의 99%는 울창한 산림과 초원이지만, 1%도 안 되는 계곡과 호수가 보석처럼 반짝여 공원 전체를 빛내고 있다. 해발 1,279m의 최고봉 셀리스키Seliski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산보다 호수가 주인공인 국립공원이다.

플리트비체Plitvice는 '얕고, 평편하다'는 뜻이다. 8km의 계곡 안에 어떻게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계단식으로 생겨났을까? 이곳은 카르스트 지형, 즉 석회암 지대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 조감도. 계곡물이 석회암을 깎아내고, 부서진 석회암 물질들이 계곡 곳곳에 쌓여 둑이 되었다. 그곳에 물이 가두어져 여러 호수와 폭포가 생겨났다. 강 같은 호수, 호수 같은 강이다. 계곡과 호수는 공원면적의 1%에 불과하고, 99%는 곰과 늑대가 사는 야생의 자연이다.

석회암은 물에 잘 녹는다. 수천 년 동안 계곡물에 씻긴 석회암 물질이 흘러내리면서 중간 중간에 퇴적되어 둑을 만들고, 그곳에 담긴 물이 넘치고 넘쳐 여러 개 호수와 폭포가 생겼다. 이런 자연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폭포와 호수가 생겨날 것이다.

폭포들은 높이에 따라 사뿐사뿐하게, 경쾌하게, 우렁차게 내려가고, 잔잔한 호수는 시시각각 색을 바꾸어 청록빛·초록빛·파란빛으로 반짝거린다. 이 색들을 영어로 '에메랄드 그린Emerald green, 딥 블루Deep blue, 터쿼이즈Turquoise(터키석의 청록빛), 라이트 그레이Light gray' 등으로 표현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색이라서 정확한 우리 말이 없다.

그런 색들을 팔레트에서 버무려 물에 풀어 놓은, 사람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그림 풍경이다. 그래서 요정의 숲, 신들의 정원, 호수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곳에 가면 누구나 요정이 되고, 신선이 된다.

플리트비체의 16개 호수 중 4개는 아래쪽 호수Lower Lake에, 12개는 위쪽 호수Upper Lake에 있다. 아래쪽 호수들이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면, 위쪽 호수들은 한층 자연적이고 아기자기하며 고요한 풍경이다.

이런 다양한 호수들 사이사이로 시간과 체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8개 코스가 있다. 보트와 셔틀버스를 이용하면서 2~4시간 동안 핵심 명소만 탐방하는 여러 코스가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서며 주옥같은 명소들을 빠짐없이 탐방하는 'H코스'다. 9km에 5시간이 소요된다. 위, 아래 호수 전체를 걸어서 둘러보는 K코스(18km)는 7시간 걸린다.

초록색 그림 같은 플리트비체. 곱고 고운 풍경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유려한 커브로 목재 데크를 낮게 설치했다. 햇빛에 따라, 시간에 따라, 연못에 따라 물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초록 숲 사이사이에 초록 물이 담긴 초록 그림이 계속 이어지는 풍경이다. 물빛이 다양한 6~9월 풍경이 가장 그림 같다.

4계절 모두 고혹적인 호수의 여왕

플리트비체의 정수를 만끽하려면 1박 2일 이상으로 체력과 시간을 나누어 상·하부 호수와 주변 자연, 그리고 향토색이 물씬한 마을을 충분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에는 새하얀 물안개가 구름처럼 떠오르는 동양화 풍경에 젖어보고, 밤에는 교교한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흐르는 물결과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별빛처럼 깜빡거리는 야경을 즐겨보자. 공원 내외에 3개의 호텔과 2개의 캠핑장, 인근의 마을에 민박(펜션) 형태의 다양한 숙소가 있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성수기(6~9월) 40유로, 중간 시즌(4~5월, 10월) 23.5유로, 비수기(11~3월) 10유로다. 입장료에는 보트와 셔틀버스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보트를 타면 맑은 호숫물에서 송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 헤엄치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성수기에는 혼잡을 막기 위해 시간당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어 사전예약이 필수다.

물감을 풀어 놓은 팔레트인가. 마치 주왕산 국립공원의 주산지가 여러 곳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다. 바닥에 쌓인 탄산석회 성분이 반사되고 햇빛과 섞여 에메랄드빛을 낸다. 그런 설명보다는, 숲의 요정이 호수에 초록 물감을 풀고 파란 하늘빛을 섞어 이런 청록빛을 만들지 않았을까, 동화의 나라를 상상해 본다.

여름 입장료가 겨울에 비해 4배나 비싸지만, 플리트비체의 풍경은 사계절 모두 독특하고 고혹적이다. 봄의 우기(5~6월)에는 신록 사이로 콸콸 흘러가는 물줄기와 다이내믹한 폭포가 연출하는 소리경관Sound landscape이 경쾌하고, 한여름(7~8월)에는 뜨거운 햇빛을 받아 더욱 신비롭게 빛나는 호수의 수면에 넋을 잃게 된다.

가을(9~10월)에는 화려한 단풍나무들과 우아한 호수의 어울림을, 겨울에는 새하얀 눈雪 숲 아래에 청초하게 얼어붙은 폭포와 시퍼런 호수가 선물하는 수묵화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는 폭설과 결빙으로 일부 탐방로가 폐쇄된다. 어느 계절이든 플리트비체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에 빠지려면 아침 일찍부터 탐방을 시작하는 게 좋다. 오전 10시 이후에는 인파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등산코스는 크게 2개 루트가 있다. 공원의 동쪽으로 800m급 세 개의 봉우리를 통과하는 메드베닥Medvedak 능선에 오르면 울창한 산림 아래에 아른거리는 계곡과 호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왕복 3시간과 5시간 코스가 있다. 메드베닥은 슬라브어권에서 '곰'을 뜻한다. 그만큼 불곰을 비롯한 야생의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

장거리 등산을 원하는 사람은 공원의 서쪽에 위치한, 해발 1,100m 가까운 고지대를 통과하며 약 21km를 걷는 '코르코바 베이Corcova Bay' 트레일을 이용한다. 이 트레일은 깊은 원시림을 통과하면서 대형 야생동물을 마주할 우려가 있어 사전 예약을 하고 국립공원 레인저와 동행해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을 피해서 이 코스를 중간에서 단축하는 9km의 '플리트리카Plitrica' 트레일도 있다.

벨리키 슬라프Veliki slap폭포의 여름과 겨울. 플리트비체에서 가장 높고 웅장한 78m 높이의 폭포. 멀리서부터 물안개에 젖고 가까이 가면 휙휙 날리는 물보라를 맞는다(왼쪽). 사진 스위군스키. 겨울의 벨리키 슬라프. 은빛 동화마을이다(오른쪽). 사진 플리트비체국립공원 홈페이지.

체스로 이룬 독립, 체스판 체크무늬 국기

플리트비체국립공원에는 자연풍경을 보호하기 위해 데크, 안내판, 이정표를 모두 목재로 설치했고, 생태계 보호를 위해 수영과 낚시는 금지돼 있다. 이곳을 탐방하면서 꼭 챙겨야 할 것은 물과 보조배터리다. 탐방로에서 매점 사이의 거리가 꽤 길어서 충분한 물을 가져가야 하고, 가는 곳마다 셔터를 눌러야 할 곳이 많아서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기 때문이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에서는 전체 면적의 2%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사람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탐방로를 조금이라도 벗어난 숲과 산에는 불곰과 늑대, 삵과 노루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생태계가 펼쳐져 있다. 특히 168종의 새들이 사계절 짹짹 깍깍거리며 노래하고, 호숫가의 고목마다 영롱한 물방울이 맺힌 이끼들이 카펫처럼 깔려 있어 플리트비체의 자연을 더욱 생동감 있게 꾸며 주고 있다.

고요한 수면에 반짝이는 윤슬 잔잔한 수면에 물고기 비늘 같은 무늬가 깔리고, 거기에 햇빛이 비쳐 하얀 윤슬이 반짝이고 있다. 흩뿌려진 꽃잎처럼 보인다.

플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을 떠나며 자꾸만 뒤를 돌아다본다. 액자 속에 있는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가는 기분이다. 초록 숲에 둘러싸인 싱그러운 계곡과 신비한 색깔이 잔잔한 호숫가를 사뿐히 지려 밟으며 최고의 산책을 누렸다. 자꾸만 뒤돌아보며 "내가 꿈을 꾸고 왔나?"라고 혼잣말을 할 정도로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풍경과 작별한다.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다.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의 동쪽 바다인 아드리아해 건너편, 발칸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고, 인구는 약 390만 명이다. 역사상 크로아티아 출생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다.

크로아티아는 축구를 비롯한 국제 경기에서 늘 체크무늬 상의를 입어 국가의 정체성을 알린다. 옛날에 크로아티아의 왕이 베네치아 총독과 체스를 두어 이겨서 베네치아의 지배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때부터 체스판의 체크무늬를 국가를 상징하는 무늬로 사용하고 있다. 체크무늬와 더불어, 플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되면서 플리트비체의 초록빛 자연도 크로아티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고 있다.

호숫가 데크 탐방로. 호수 가장자리로 나무 계단을 낮게 깔아 자연풍경을 크게 해치지 않았다. 탐방객들은 수면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관광지 두브로브니크Dubrovnik. 플리트비체에서 대중교통으로 8~10시간 거리에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는 두브로브니크가 있다. 짙푸른 바다에 정박한 붉은 항공모함 같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성벽길, 오밀조밀한 골목길과 깨끗한 해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한 관광도시다. 플리트비체가 자연의 낙원이라면, 이곳은 도시의 낙원이다. 사진 메모리캐쳐.
플리트비체 숲의 사슴.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의 98%는 사람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 야생의 생태계다. 사진 플리트비체국립공원 홈페이지.​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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