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나스닥 바이오IPO 1위 역사 쓴 '카이레라'
6.25억달러 조달, 2018년 '모더나' 기록 경신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지난 17일(현지시간) 신생 바이오텍 '카이레라 테라퓨틱스(Kailera Therapeutics, 카이레라)'가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하며 바이오 업계 IPO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설립된 지 고작 2년된 카이레라는 상장과정에서 총 6억2500만달러(약 9000억원)을 조달하며 2018년 모더나가 세웠던 나스닥 바이오텍 IPO 1위 기록(6억430만달러)을 갈아치웠습니다.
이 신생 기업이 단숨에 역대 1위에 올라선 비결은 철저하게 기획된 '뉴코(NewCo)' 모델에 있습니다.
중 국 기술과 미국 자본 결합한 '뉴코' 모델의 탄생
카이레라는 일반적인 바이오벤처처럼 연구실에서 시작해 수년 동안 기술을 쌓아온 회사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도입해 이를 신속하게 개발·상업화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른바 뉴코(NewCo, New Company)입니다.
이 모델은 좋은 자산을 더 빠르고 유연하게 상업화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선행 사례로는 '반트(Vant)' 시리즈로 유명한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를 꼽을 수 있습니다. 로이반트는 빅파마가 포기하거나 방치한 후보물질을 사들여 개별 뉴코(자회사)를 세우고 상업화에만 집중해 수조원대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또한, 최근 중국 항서제약으로부터 천식 치료제를 도입해 설립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GSK에 14억달러 규모로 피인수된 아이올로스 바이오(Aiolos Bio) 역시 뉴코 모델의 성공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카이레라는 이러한 뉴코 모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베인캐피탈과 아틀라스 벤처 등 미국의 거물급 투자자들이 중국 항서제약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반으로 판을 짰고, 여기에 일라이 릴리 등에서 비만약을 직접 개발해 본 베테랑들이 합류했습니다.
즉, '중국의 기술 + 미국의 자본 + 검증된 전문가'가 하나로 뭉쳐 카이레라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2024년 5월 설립과 동시에 항서제약의 비만약 파이프라인 4종을 도입한 카이레라는 그해 10월 4억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등 압도적인 속도를 보여줬습니다.
비만치료제 '치트키'와 에셋 라이트 전략
카이레라가 선택한 무기는 현재 전세계 제약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비만치료제'입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리부파타이드(Ribupatide)는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마운자로)'와 동일한 기전인 GLP-1/GIP 이중 작용제로,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한 차세대 약물입니다. 이미 중국 내 임상 2상을 통해 26주 만에 1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카이레라는 직접 연구소를 짓거나 기초 연구에 시간을 쏟는 대신, 이미 검증된 물질을 도입해 곧바로 글로벌 임상 3상으로 직행하는 '에셋 라이트(Asset-light)' 전략을 택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카이레라를 단순한 신생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는 일라이 릴리나 노보 노디스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강력한 후발 주자로 판단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62.5% 폭등하며 시가총액이 5조원에 육박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바이오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
카이레라의 성공은 바이오 업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과거에는 모더나처럼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mRNA)'을 가진 기업이 각광받았다면, 지금은 카이레라처럼 확실한 시장성(비만약)과 효율적인 사업 구조(뉴코 모델)를 갖춘 기업에 자본이 쏠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약 R&D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빠른 상업화와 조기 회수(Exit)가 가능한 모델이 투자 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이는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도 글로벌 상업화 역량이 부족해 고민하는 국내 바이오텍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제로 최근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의 우수한 자산을 기반으로 한 뉴코 설립 제안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연구 중심 모델에서 탈피해 글로벌 자본과 결합하는 뉴코 모델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카이레라의 사례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종원 (jj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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