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닉 메모리 이익 ‘15조’ 격차...‘범용 D램’이 갈랐다
‘캐파의 삼성’ 범용 D램 물량 공세로 격차 확대
SK, 장기계약 묶인 HBM 공급에 범용 D램 비중↓
‘슈퍼사이클’ 심취 금물...“차세대 HBM 집중해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올 1분기 영업이익 합산 약 95조 원을 달성하며 전례 없는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양사의 메모리 이익 격차가 15조 원 수준에 달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지만 실적을 가른 것은 100% 넘게 가격이 뛴 ‘범용 D램’ 판매량이었다.
삼성과 SK의 호실적이 기술 혁신의 결실이라기보다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외부 요인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눈앞의 ‘실적 잔치’에 안주하기보다 ‘포스트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이후)’에 대비한 생산량 확대와 신기술 선점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27일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추정치)은 약 53조 원, SK하이닉스는 38조 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영업이익 차이는 범용 D램 매출 규모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 추산에 따르면 삼성전자 범용 D램 매출은 약 59조 원에 달한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30조 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격차는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캐파(Capacity·생산능력)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범용 D램 캐파는 1분기 기준 월 51만 장으로 파악되며 이는 SK하이닉스(월 41만 장)를 웃돈다. 현 격차는 월 10만 장 수준이지만 내년 말에는 14만 장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평택 4공장(P4) 상·하단 전체 라인에 대한 임시 사용 승인을 받아 완전 가동에 들어간다. P4는 월 14~15만 장의 생산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체 생산량의 40%가량을 범용 D램이 차지할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큰 범용 D램 전용 생산라인을 상당 부분 갖출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제1 팹(Y1)을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을 진행 중이다. M15X는 오는 2분기부터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며 완전 가동 시 일부 라인을 범용 D램에 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사전 장기계약으로 수요가 확보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집중할 방침이다.
범용 D램 호조는 물량 공세뿐 아니라 AI 메모리보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도 한몫했다. 업계에 따르면 범용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 인상률은 1분기 100% 이상 오른 반면 HBM은 5% 미만 상승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 제품의 계약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다. 고객사는 HBM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 1년 이상 장기공급계약(LTA)을 맺고 전년도에 다음 해 공급량의 80%가량을 미리 계약한다. 이 때문에 최근의 급격한 가격 상승분이 즉시 반영되기 어렵다. 이와 달리 범용 D램은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최근 인상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범용 D램과 HBM의 수익성 차이는 10%포인트 이상 확대되며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6세대 HBM(HBM4) 출하량이 증가하고 7세대 HBM(HBM4E)까지 출시되는 내년에는 신규 LTA 체결과 함께 ASP가 50%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양사의 역대급 분기 실적에도 미래 먹거리인 HBM에서 초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범용 D램의 전성시대라 해도 장기계약이 주류가 아니어서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언제든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높은 판가를 보장하는 HBM에 집중해야 하며 빠른 시일 내 HBM4 양산 수율을 끌어올려 공급을 확대하고 HBM4E 선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양품 출하에 성공했지만 아직 HBM 매출이 D램 전체 매출의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HBM3E 양산이 1년가량 지연된 만큼 현재 시장 입지는 낮은 편이지만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품을 출하하며 선두 경쟁에 돌입했다.
다만 주요 고객사들이 HBM4부터 모든 다이(Die·층)의 전력·속도 성능을 전수 검사하는 ‘풀 테스트’를 요구하고 있어 양산 수율 확보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일부 다이만 표준 검사 대상으로 삼았지만 풀 테스트는 HBM4의 12개 다이 가운데 한 층이라도 불량으로 판정되면 전량 폐기해야 하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공정 난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HBM4E는 핵심 성능 지표인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최대 초당 15기가비트(Gbps) 이상으로 표준화될 전망이며 전작 대비 30%가량 높은 성능을 구현해야 한다. 속도 기준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 위에 새기는 제조 공정도 한층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생산 리드타임은 기존 대비 1~2개월 정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HBM 1개를 만들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범용 D램의 기회비용 역시 커진다. 기존 HBM4는 1개 생산에 범용 D램 4개 분량의 생산능력이 요구되지만 HBM4E에서는 이 비율이 5대 1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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