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병원 가기 꺼린다면… 산책길에 동물병원 들러 의료진과 친숙해지기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반려동물이 지나치게 흥분하면 기본적인 신체검사조차 어렵다. 질병 유무를 확인하려면 특정 부위에 통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수의사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온몸에 힘을 주거나 비명을 지르면 정확한 진단이 힘들다. 방사선, 초음파 등 영상 검사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일정 시간 동안 자세를 유지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검사실에서 호흡이 가빠지거나 몸을 비틀면서 탈출을 시도하면 양질의 영상을 얻을 수가 없다. 심지어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나 혈당이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고, 혈압 또한 일시적으로 상승해 오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반려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진료 정확도를 높이는 길이다.
보호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반려동물의 특성을 의료진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다. 발이나 귀, 꼬리처럼 특정 부위를 만지는 걸 유난히 싫어하는 동물이 있다. 손을 대기도 전에 크게 반응하는 동물, 문만 열리면 도망치는 동물도 존재한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려주면 물림이나 할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 반려동물을 상대로 불필요한 자극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 귀 부위가 예민한 강아지는 모든 검사를 마친 뒤 마지막에 귀를 확인한다. 얼굴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는 목 대신 팔에서 채혈한다. 반려동물이 예민해지면 진료 과정이 더욱 힘들어지는 만큼 민감한 부위는 마지막에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병원이 무서운 곳 아니라는 인식 심기
반려견에게는 동물병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가 없어도 산책길에 병원에 잠깐 들러 간식을 먹이고, 의료진과 인사를 나눠보자. 병원을 즐거운 일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인식한다면 실제 진료 시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 병원에도 산책 때마다 스스로 들어오는 반려견들이 있는데, 이 경우 진료 협조도가 매우 높다. 다만 모든 병원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니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반려견은 물림 사고를 예방하고자 입마개나 넥카라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집에서 착용 훈련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법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어렵다면 전문 훈련사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 병원에서도 통제가 되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리한 보정 과정에서 의료진 또는 반려견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물 처방도 방법
산책을 하지 않는 고양이는 병원 방문 시 이동장이 필수다. 그러나 이동장에 들어가지 않아 진료 예약 자체를 취소하는 사례가 있을 만큼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를 줄이려면 이동장을 '불편한 이동 수단'이 아닌,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반려묘가 머무는 곳에 이동장 뚜껑을 분리해 열어두고, 따뜻한 담요와 좋아하는 장난감, 때로는 간식도 함께 넣어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도록 하자.고양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페로몬 제품(펠리웨이·Feliway)을 활용할 수도 있다. 스프레이, 훈증기, 간식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하고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출발 15분 전 이동장에 페로몬을 뿌려두거나, 병원 대기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효과가 미미할 때도 있지만, 부작용이 없는 만큼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
의료진 역시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노력해야 한다. 국제고양이의학협회(ISFM)는 고양이 진료 환경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이를 충족하는 병원에 '고양이 친화 동물병원' 인증을 부여한다. 전용 대기실과 진료실, 입원 환경, 시설 등을 기준으로 골드·실버·브론즈 등급으로 나누며, 관련 사이트에서 인증 여부와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병원 방문이 어렵다면 신경안정제나 항불안제 처방을 고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큰 부작용 없이 진료를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완전히 잠들게 하는 약물은 저혈압 위험이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병원을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아예 병원 방문을 피하는 것도, 반대로 억지로 붙잡고 진료를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찾는다면 반려동물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수의사와 적극적으로 상담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자.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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