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셔터 누르는 사이 신호는 빨간불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이름만 들어도 파도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이 작은 어촌 마을은 언제부턴가 소셜미디어 속 ‘부산 숨은 명소’가 되었다. 짙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놓은 붉은 등대, 바다를 보며 달리는 해변 열차, 그리고 바다가 액자처럼 펼쳐지는 횡단보도 한 컷, 이 세 가지가 청사포를 전 세계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청사포 마을 초입,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놓인 횡단보도 앞. 이곳은 별다른 안내판도 없지만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생 샷 성지’로 통한다. 스마트폰을 세로로 들면 횡단보도 줄무늬 너머로 수평선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마치 계산된 구도처럼 완벽한 장면이 펼쳐진다.
문제는 그 완벽한 구도가 도로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이 횡단보도 앞에서는 이국적인 언어들이 뒤섞인 웃음소리와 함께, 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 도로 위에 올라서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면 건너는 척 자리를 잡고, 카메라 앵글을 고르다 보면 이미 신호는 빨간불. 하지만 손은 여전히 셔터를 향해 있다.
인근 주민 A씨는 “저도 처음엔 예쁜 풍경이니까 이해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차가 경적을 울려도 안 비키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매일 그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불안하죠”라고 말했다.

청사포는 충분히 아름답다. 굳이 도로 위에 서지 않아도, 방파제 끝에서, 열차 창문 너머로, 혹은 마을 골목 어귀에서 얼마든지 잊지 못할 장면과 마주칠 수 있다.
인생샷은 잠깐이지만, 사고는 평생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지역 주민의 하루하루는, 관광객의 추억보다 훨씬 오래 그 마을 위에서 계속된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신호를 지키고, 그다음에 셔터를 눌러도 청사포의 바다는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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