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2시간 벽 붕괴…“2시간 깰 수 있을까”에서 “누가 또 서브2를 이룰까”로 ‘시대 전환’

김세훈 기자 2026. 4. 2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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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세바스티안 사웨가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부문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뒤 우승을 확정하고 있다. 로이터

남자 마라톤의 마지막 금기가 끝내 무너졌다. 케냐의 세바스티안 사웨가 세계 마라톤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 대회에서 2시간 벽을 돌파하며 새로운 기준점을 세웠다.

사웨는 27일 영국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1시간59분30초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인류 최초로 이뤄낸 2시간 미만 완주다. 마라톤의 2시간 벽은 오랫동안 인간의 생리적 한계로 여겨졌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가 비공인 이벤트에서 1시간59분40초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경기 운영 방식과 페이스메이커 투입 방식이 일반 대회 규정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런던에서 사웨가 세운 기록은 같은 거리, 같은 규정, 같은 경쟁 조건에서 나온 공식 기록이다. 사웨는 경기 직후 “준비와 규율이 모든 것을 만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기록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소가 뚜렷하다.

2026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레이스에서 입상한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왼쪽), 우승자 케냐의 세바스티안 사웨(가운데),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가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세 선수 모두 기존 세계 최고 기록을 깼다. AFP

첫 번째는 철저한 준비다. 사웨는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 우승을 앞두고 예고 없는 추가 도핑 검사를 스스로 요청했다. 총 25차례 검사를 받았다. 단순한 경기력 관리가 아니라 자신의 훈련 과정과 경기력을 투명하게 증명하려는 선택이었다. 훈련 과정의 체계성과 자기 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레이스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이번 런던 마라톤은 초반부터 빠른 페이스로 전개됐다. 그러나 사웨는 끝까지 흐름을 유지했다. 마라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초반 스피드를 후반까지 유지하는 능력이다. 사웨는 마지막 구간에서도 리듬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는 단순한 체력이 아니라 페이스 조절 능력과 효율적인 에너지 배분이 결합된 결과다.

장비 기술의 진화도 대기록 달성에 큰 도움이 됐다. 사웨와 2위를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는 같은 초경량 레이싱화를 착용했다. 최근 마라톤 기록 단축에는 탄소판 기술과 고반발 소재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무게가 97g밖에 안된다.

이번 대기록 달성은 개인만의 업적이 아니다. 마라톤 기록이 전반적으로 서브 2 시대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준우승자인 케젤차 역시 1시간59분41초를 기록하며 2시간 벽을 넘었다. 3위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도 2시간00분28초를 기록했다. 상위 3명 모두 기존 세계기록이었던 켈빈 킵툼의 2시간00분35초보다 빠른 기록을 세웠다. AP는 “한 대회에서 상위 3명이 동시에 기존 세계기록 수준을 넘어선 것은 현대 마라톤 환경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록 혁신이 개인의 돌파가 아니라 종목 전체의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자부에서도 에티오피아의 티그스트 아세파가 2시간15분41초로 우승하며 여성부 전용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런던 마라톤은 남녀 모두 새 기준을 만든 무대가 됐다. AP는 “마라톤의 상식 자체를 바꿨다”며 “앞으로는 ‘2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다음으로 2시간 안에 들어올 것인가’가 됐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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