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싸우는 사람들 ①] “쿠팡에 바라는 것, 안전한 일터뿐”

쿠팡은 문제적 기업이다. 대규모 개인정보 누출 사건 이후 쿠팡의 대응이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미국 정치권에 거액을 들여 로비를 했고 실제 그 로비가 먹혔다는 현실 역시 황당하게 한다. 우리 국민은 그 일뿐이 아닌 것을 안다. 거듭되는 산재, 그리고 은폐 의혹, 거기에 김범석 의장이 은폐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이 세상에 드러났다. 정부와 검찰·경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횡행한다.
산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가슴을 친다. 몇 년이 지났든 뻥 뚫린 심장에 바람이 지날까 무섭지만, 또 자신이 겪은 일이 반복될까 봐 가슴을 친다.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과를 요구하며 다시 거리로 나왔다. 물류센터를 돌며 위험하면 얘기하라고 전단지를 돌린다. <매일노동뉴스>가 다시 거리로 나온 유가족들을 만났다. <편집자>
"어차피 관리감독은 원청이 하는 거잖아요. 쿠팡이 당시 노동환경에 대해 '몰랐다, 권한이 없다'고 하는 건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잖아요."
쿠팡 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 조리노동자였던 아내 고 박현경(37)씨를 보낸 지 6년. 남편 최규석(45)씨는 쿠팡과 하청업체 동원홈푸드·아람인테크를 상대로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검찰 수사기록과 재판 자료를 확보했다. 또, 김범석 쿠팡 의장이 박씨 사망 직후 도급 계약 당사자를 쿠팡에서 자회사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이메일이 보도된 것도 소송의 계기가 됐다.
원청인 쿠팡은 고인 사망에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사고 직후부터 그랬다. 사고 한 달여 만인 2020년 7월8일 낸 보도자료에서 쿠팡은 "이 사고는 쿠팡과 무관하다"며 "쿠팡 천안물류센터 식당은 동원그룹이 운영하고 있어 쿠팡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동부와 검찰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쿠팡에 구내식당 운영을 수탁받아 운영하던 동원홈푸드와 소속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던 중간관리자 A씨만 각각 200만원의 벌금형을 약식명령으로 받았다. 쿠팡은 무혐의 처분됐다. 이후 최씨는 수년간 홀로 싸웠다. 그러다 최근 고 장덕준씨 유족의 제안을 계기로 다른 산재 유족과 다시 행동을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수사 결과였으니까요. 아내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알리고 싶습니다. 쿠팡의 지시에 따라 일했고, 그러니까 쿠팡은 이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요."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4일 오후 쿠팡 부천물류센터 인근에서 최씨와 만나 인터뷰했다.
산재 인정됐지만, 책임 피한 쿠팡
고 박현경씨는 2019년 6월부터 천안시에 위치한 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조리보조원으로 1년간 일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6월1일, 고인은 바닥 청소 중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당일 숨졌다. 조리업무뿐 아니라 청소와 소독 작업까지 병행하고, 코로나19로 식수 인원이 급증하며 업무 부담도 커진 상태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를 거쳐 고인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역학조사에서는 고인이 일산화탄소나 조리흄 등 유해가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단기간 업무량 급증과 온도 변화가 큰 환경이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가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된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일부 하청업체 관계자만 약식기소되는 데 그쳤다. 산재가 인정됐다는 희망도 잠시, 한 달여 뒤 나온 검찰 수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국가기관이니까 믿었죠. 노동부도, 검찰도. 근로감독관도, 검사도 믿어달라고 했으니까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죠."

"식수 인원·코로나19 감염, 모두 쿠팡 책임인데"
그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쿠팡이 제공했다고 지목했다.
"코로나19 이후 식수 인원이 크게 늘었어요. 직전에(2020년 5월께) 부천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 사건이 있었고 센터가 마비되니까 가까운 목천센터로 일하는 사람들이 내려온 거예요."
당시 방역대책이 강화되며 소독 업무가 늘었는데도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역학조사에서도 밝혀졌다. 2020년 1월까지 하루 평균 240명 전후였던 식수 인원은 2020년 3월부터 300명을 넘어섰다. 청소 업무도 크게 늘었지만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코피가 자주 났다"는 동료 증언과 "각종 통증이 재발해 일을 그만뒀다"는 전직 노동자 증언도 나왔다. 즉 쿠팡의 관리 소홀로 감염사태가 발생하면서 목천물류센터 청소·방역 업무가 늘었고, 인력충원이 늦어지면서 고인이 업무 과중으로 사망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관리·감독 권한은 원청에 있는데 사고에 책임이 없다는 건 누구도 납득할 수 없지 않겠냐"고도 반문했다. 이어 "식수 인원을 포함해 물류센터 감염 대책 등 원청도 당시 여러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을 텐데 '권한이 없다'거나 근무환경을 몰랐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특히 당시 김용균법이 시행됐는데도 쿠팡을 무혐의 처리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용균법이란 2019년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인데, 이에 따르면 쿠팡은 구내식당 노동자를 포함한 작업 전반에 대해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도급인(원청)은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뿐 아니라 수급인에게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까지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 2020년 1월 시행된 이 법은 고 박현경씨 사건에도 적용된다. 법 취지대로라면 쿠팡은 물류센터 업무를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도급한 도급인이자, 구내식당 운영을 동원홈푸드에 맡긴 사업주에 해당한다. 정부가 2020년 3월 발표한 '도급시 산재예방 운영지침' 역시 구내식당과 같은 복리후생시설 운영을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를 모두 도급으로 본다.
"폴리스라인도 없던 사고 현장, 재수사해야"
최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당시 수사 과정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망 직후 현장을 보존해야 하는데, 역학조사를 하러 갔더니 현장이 깨끗이 치워져 사라진 상태였어요"
그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지 않아 사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료 진술 확보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진술을 바꾸거나 피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결국 직접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산재에 필요한 증언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습니다."
외로운 전쟁이 이어졌다. 쿠팡은 사고 한 달여 뒤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언론의 관심은 빠르게 줄었고, 수사는 길어졌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그는 1인 시위도 했다. 아내가 숨진 지 1년이 지난 2021년 7월부터 약 1년 동안 목천센터와 노동부 천안지청 앞에 섰다. 버스 운전 일을 하던 그는 쉬는 날이면 현장을 찾아 "제 아내는 산재 피해자입니다.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쿠팡을 처벌하고 근로자 안전을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다시 쿠팡을 상대하기로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무너진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세 자녀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렇지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서는 움직여야 했다.
"저는 쿠팡을 망하게 하려고 이런 투쟁을 시작한 게 아니에요. 그저 노동자가 일을 하러 갔다가 집에 무사히 가기를 원하는 것뿐입니다. 우리 아내가 겪었던,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거든요. 물류센터에 와서 보면 수천명의 사람들이 있어요. 이분들이 편안하게 또 자부심을 가지고, 안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사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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