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조원대···영업이익 ‘대박’ 관측에도 정유업계가 못 웃는 이유는

손우성 기자 2026. 4. 27. 06: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대 정유사 이달말부터 차례로 실적 발표
실제 현금과 상관없는 ‘장부 이익’ 착시
“위기 이용해 돈 벌었다” 여론도 부담
26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국내 정유사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각 사마다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되지만 회계상의 장부 이익일 가능성이 높은 데다, 중동 사태로 서민들이 고유가 피해를 입는 와중에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따가운 시선도 부담이다.

26일 증권업계의 추정치 등을 보면 국내 4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는 통상 4월말에서 5월초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해왔다.

삼성증권은 최근 에쓰오일 1분기 영업이익을 1조1840억원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245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 땐 215억원 적자였다. 한국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8430억원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2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947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엔 446억원 적자를 봤다. 비상자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1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GS칼텍스가 6534억원, HD현대오일뱅크가 493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관측에도 정유사는 웃지 못하고 있다. 실제 현금 흐름과는 상관없는 장부 이익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고평가이익 착시 효과다.

4대 정유사는 중동 전쟁 발발 전인 1월과 2월 배럴당 60~70달러 수준으로 원유를 구매했다. 현재는 사태 장기화로 1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치도 함께 상승해 재고평가이익에 반영된다.

문제는 반대로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면 중동 사태 이후 비싸게 구매한 원유의 가치가 폭락해 영업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장기 계약을 맺은 중동 물량을 받지 못한 정유사는 미국 등 대체 수입처에서 웃돈을 주고 스폿(현장 거래) 물량을 확보해왔다.

A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전쟁 발발 이후에 배럴당 150달러를 주고 원유를 구매했는데 유가 안정으로 가치가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그 차이는 고스란히 장부상 손실”이라며 “빠르면 2분기엔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는 신기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정유사는 좋은 실적을 냈지만 이듬해 원유 시장이 진정되면서 큰 손실을 봤다.

에너지 대란에 호실적을 거뒀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풀어야 할 과제다. B 업계 관계자는 “장부상 이익 등 업계 사정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일단 실적이 발표되면 ‘위기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정유사가 본 손실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예비비 4조2000억원으로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적 발표 이후 정유사를 향한 여론이 악화하면 정부가 정유사를 지원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C 업계 관계자는 “4차 석유 최고가격제까지 동결되면서 피해가 누적되는 건 사실”이라며 “정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횡재세를 걷자는 여론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