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의도 1.5배·세계 첫 3복층 팹… 용인 ‘600조 반도체 도시’ 가보니

김양혁 기자 2026. 4.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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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공사 현장’… 하루 1.7만명 투입
용인 결단에 세계 첫 3복층 팹 4기 추진
SK하이닉스, 세차장·공원 조성 상생 나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전경. /김양혁 기자

지난 23일 오후 세종포천고속도로 남용인(원삼)IC를 빠져나오자 풍경이 확 달라졌다. 국도에 들어서자마자 덤프트럭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대형 트럭 사이로 공사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갔다. 한적한 농촌 마을이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은 거대한 반도체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총면적은 415만3502㎡(약 126만평). 여의도의 1.5배, 축구장 약 600개 규모다. 단일 산업단지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 부지에는 반도체 생산시설(팹) 4기와 중앙유틸리티센터(CUB), 폐수·중수처리시설 등 각종 지원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이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전경. /김양혁 기자

◇축구장 600개 ‘韓 최대 공사장’… 하루 1만7000명 투입

공사는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1기 팹과 CUB, 중수처리시설 구역에서는 건물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2~4기 팹이 들어설 부지에서는 산을 깎고 땅을 다지는 토목 공사가 이어졌다.

현장은 아직 ‘길’이라 부르기 어려웠다. 대부분 도로가 비포장 상태였고 울퉁불퉁한 언덕을 오르내려야 했다.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았다. 현장을 오가는 덤프트럭 타이어는 사람 키만 했다. 미국 캐터필러(Caterpillar)의 험지용 장비로 일반 차량보다 적재량은 두 배가량 크고, 경사면 주행 능력도 뛰어나다.

하루 평균 1만7000여명의 인력이 현장을 드나든다.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해 동원된 살수차만 200여대다. 현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사 도시’를 방불케 했다.

산단 최북단에 들어서는 1기 팹은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확한 공정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접한 CUB 시설은 이미 뼈대를 갖춘 상태였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 예상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1기 팹은 높이 약 150m, 아파트 50층 규모에 달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미세한 진동에도 민감해 건물 기초를 지하 45m까지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수만개의 말뚝이 박혔다.

구조도 전례가 없다. 1기 팹에는 클린룸 6개가 들어서며 건물은 ‘3복층’ 구조로 설계됐다. 한 층에 클린룸 2개를 배치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한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 시도로 평가한다.

◇용적률 상향해, 세계 최초 3복층 팹 건설

초대형 설계의 배경에는 규제 완화가 있다. 용인시가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상향하면서 당초 2복층을 검토하던 SK하이닉스는 3복층 설계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 규모도 당초 122조원에서 최대 6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를 위해 당시 이상일 용인시장(현 용인시장 예비후보)은 두 달에 1~2회씩 공사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행정 지원도 속도를 냈다. 용인시는 산업단지 일부 구간에 ‘부분준공’을 인가했다. 기반시설이 먼저 갖춰진 구역부터 준공 처리해 기업들이 소유권 등록과 자금 조달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업 지연 우려로 막혀 있던 투자 일정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를 찾아 쓴 방명록. /윤희훈 기자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졌다. 공사장 내부 홍보관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필 메시지가 걸려 있었다. 최 회장은 2023년 9월 현장을 찾아 “도전과 혁신의 새로운 전통과 역사를 써 나아가는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용인시는 삼성전자 국가산단(이동·남사읍)과 SK하이닉스 일반산단을 양축으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장비 기업의 한국법인을 포함해 국내외 93개 기업이 입주했거나 입주를 추진 중이다.

◇전력·용수·도로까지 깐다… ‘반도체 도시’로 바뀌는 원삼면

기반시설 확충도 병행되고 있다. 신안성변전소에서 약 6㎞ 길이 터널형 전력구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는 외관 공사를 대부분 마쳤다. 공업용수는 37㎞ 떨어진 남한강에서, 생활용수는 15㎞ 거리 유림배수지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교통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공장에서 남용인IC까지는 차량으로 10분, 서울 강동IC까지는 30분이면 닿는다. 용인JC를 통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이천 SK하이닉스 공장까지도 40분 거리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인근에 심어진 느티나무 2그루. /김양혁 기자

지역과의 공존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공사 먼지에 대비해 주민 무료 세차장을 설치했고, 인근 개울을 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공사 부지의 느티나무 두 그루도 주민 요청에 따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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