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상가를 임대주택으로?...호텔 개조한 청년 주택 ‘안암생활’ 가보니

김윤주 기자 2026. 4.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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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청년 임대 주택 ‘안암생활’ 1층 카페에서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20, 30대 청년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들 대부분 입주민이었다. 한 건물에서 주거와 업무를 해결하는 ‘직주 초(超)근접’ 생활에 이들은 만족하고 있었다.

관광호텔을 개조해 만든 안암생활은 지하철 1·2호선과 우이신설선이 지나는 신설동역까지 걸어서 8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에 있다. 총 122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13~17㎡ 원룸에서 보증금 100만원,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월 40만~50만원을 내고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다. 인근 원룸이 보증금 2000만원, 월세 6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주거비를 많이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안암생활에 4년째 거주 중인 대학생 A씨는 “돈을 벌지 않으면서 서울에 사는 게 부담이었는데, 월세 부담이 확 줄어 입주했다”며 “게다가 1층에 카페가 있어 아지트까지 덤으로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성북구 청년임대주택 '안암생활' 내 호실에서 이 주택의 운영사 '아이부키' 관계자가 주택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공급 부족·전세난에 4년 전 사업 재추진

이달 초 정부가 전세난 해소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경기 내 공실 상가와 오피스 등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꿔 공급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과거 호텔을 개조해 공급한 청년주택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상가, 호텔 등 비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2025년까지 4만1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3% 수준인 약 1291가구 공급에 그쳤다. 2022년부터는 신규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특히 주차장, 난방, 수도 등이 주택 최저 기준에 못 미치는 상업시설을 주택 수준으로 바꾸는 데 공사비가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해 9월 관련 보고서에서 “바닥 난방, 욕실 설치 등 구조 변경으로 인한 부담이 컸고 비용과 기간이 늘어나며 사업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기존 입주자와 구분 소유자의 동의를 얻고 이주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등 행정업무도 과다했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입주민 만족도는 높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컸던 셈이다.

정부가 이미 실패한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서울의 심각한 공급 부족과 전세난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착공 물량 감소로 아파트는 물론 빌라와 오피스텔 입주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이 겹치며 전세 매물은 올 초 대비 30% 이상 줄었고,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71만원까지 올랐다.

LH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이 되는 건물 연한을 기존 ‘10년 이내’에서 ‘30년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사가 안 되는 노후 건물을 저렴하게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신속한 추진을 위해 민간과 약정을 맺고 리모델링을 맡기는 기존 방식 외에 LH가 건물을 직접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27일부터 다음 달까지 2000가구 매입이 목표다.

LH 관계자는 “공실이 많은 상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벽과 복도 등을 주택 기준에 맞게 새로 설치하고 욕실, 주방 등 필요한 시설도 넣는다는 구상”이라며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빠르고 건축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콘크리트 골조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실 상가가 대상지 될 듯

5년 전에는 코로나로 관광·숙박업이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경영난을 겪은 호텔이 대상지 10건 중 8건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호텔은 기존 객실 구조를 그대로 두면서 각 방에 추가 시설을 넣어야 해 구조 변경의 어려움이 컸다.

23일 서울 성북구 청년임대주택 '안암생활' 내 공용 부엌에서 이 주택의 운영사 '아이부키' 관계자가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안암생활’도 각 방에는 주방과 세탁실이 없고 지하 공용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원래 객실이던 방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원룸으로 바꾸기 위해 난방 보일러를 깔고 바닥도 카펫에서 장판으로 바꿨다. 유리였던 화장실 문도 일반 가정용 나무 문으로 바꿔 달았다. 조명도 백열등에서 형광등으로 바꿨다. 안암생활 관계자는 “입주민이 39세 미만 청년이고 모두 1인 가구여서 주방이 없어도 괜찮다는 입주민이 많다”며 “오히려 공유 공간에서 모임을 열거나 스터디 카페, 무인 나눔 공간 등으로 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K팝 열풍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호텔은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다. LH도 이번에는 호텔보다는 도심 내 공실이 늘고 있는 상가와 오피스 건물이 주 매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급 과잉이 심각한 지식산업센터도 사업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LH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착공해 빠르면 내년 하반기 또는 2028년에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대형 상가는 가구별 면적을 넓게 확보하는 것도 가능해 신혼부부·신생아 가구용 중형 평형 공급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은 아파트와 건축 규정이 다르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가 있다. 아파트·오피스텔 수준의 주택을 내놓으려면 주차 공간, 수도·전기 용량 등 공사가 필요해 사업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앞서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이미 한번 크게 실패한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며 “근린생활시설,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건설사업자의 손실 보전을 위해서 혈세를 투입해 부동산가격을 부양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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