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말레이시아·인도에서 윤용일 감독이 확인한 주니어 테니스의 현재…장준서 성과, 오승민 가능성, 정의수-심시연 우승 자신감

김종석 기자 2026. 4. 2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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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칭 J300·쿠알라룸푸르 J200·푸네 J300 연속 출전
- 장준서 남자 최고 성적, 오승민은 왼손 파워 히터 가능성 확인
- “일회성 원정 아닌 지속 관리 필요”, 주니어 데이비스컵 재소집
국가대표 유망주와 함께 3주 동안 말레이시아, 인도 주니어 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온 윤용일 감독. 윤용일 감독 제공

한국 테니스 주니어 유망주들이 3주 동안 해외에서 값진 공부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성과도 있었고,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동시에 한국 주니어 테니스가 더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윤용일 대한테니스협회 미래국가대표 전임감독은 최근 남녀 주니어 선수들과 함께 3주 가까이 말레이시아와 인도 국제 주니어 대회에 연이어 출전한 뒤 지난 주말 귀국했습니다. 참가 대회는 말레이시아 쿠칭 J300, 쿠알라룸푸르 J200, 인도 푸네 J300이었습니다. 모두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강자들이 주로 나서는 큰 규모의 국제 주니어 대회였습니다.

 이번 원정은 윤 감독에게도 꼭 확인하고 싶은 무대였습니다. 국내 상위권 주니어들이 국제 정상급 선수들과 실제로 부딪쳤을 때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이는지,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지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최주연 아카데미 최 원장이 대한테니스협회(회장 주원홍) 주니어위원회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동행을 요청했고, 윤 감독은 협회와 논의 끝에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남자 선수 중심이었습니다. 조세혁(18), 김원민(17), 조민혁(17), 김태우(17), 오승민(17), 이성민(17), 장준서(15) 등 7명이 대상이었습니다. 여기에 윤 감독이 트레이너 동행을 요청해 이성민 트레이너가 함께했습니다. 다만 트레이너 비용은 학부모들이 부담했습니다. 국제무대에 나서는 한국 주니어 선수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김원민은 1차 대회 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귀국했고, 조세혁은 다쳤던 발목을 다시 다쳐 대회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J200 여자 단식에서 정상에 오른 정의수. 
인도 푸네에서 열린 J300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심시연. 

성과는 적지 않았습니다. 쿠칭에서는 김태우-장준서 조가 남자 복식 4강에 올랐습니다. 정의수(18)는 여자 단식 4강과 여자 복식 우승을 기록했고, 홍예리(15)는 여자 단식 8강에 진출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장준서와 오승민이 남자 단식 4강에 올랐고, 정의수는 여자 단식 우승과 복식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3차 인도 푸네 J300에서는 조민혁과 오승민이 남자 단식 8강, 장준서가 단식 4강에 올랐고, 심시연(16)은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남자 선수 가운데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낸 선수는 장준서였습니다. 15세인 장준서는 이번 3개 대회에서 단식 4강 두 차례, 복식 4강 한 차례를 기록했습니다. 이 나이대에서는 한 살, 두 살 차이가 체격과 체력, 경기 경험에서 크게 작용합니다. 그런데도 장준서는 선배들과 경쟁하며 밀리지 않았습니다. 윤 감독은 "아직 체력적인 부분은 보완해야 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장준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 원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오승민의 대성 가능성을 발견한 건 이번 해외무대 출전의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가능성 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오승민이었습니다. 오승민은 J200, J300급 같은 큰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쿠알라룸푸르 J200 단식 4강, 인도 푸네 J300 단식 8강에 올랐습니다. 185cm의 좋은 체격, 왼손잡이, 남다른 파워가 눈에 띄었습니다. 윤 감독은 "경기 운영과 집중력은 더 다듬어야 하지만, 볼을 때리는 힘과 공격적인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인도 푸네 J300 8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승민은 이번 3개 대회에서 1차 준우승, 2차 우승, 3차 준우승을 기록한 인도 선수 파파르크르와 맞붙었습니다.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지만, 내용은 좋았습니다. 파워에서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압도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윤 감독은 "볼 결정력과 연타 능력을 보완하면 좋은 왼손 파워 히터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봤습니다. 오승민을 지도하는 김일순 디그니티 아카데미 원장도 "오승민은 대성할 자질이 충분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확실한 후원을 받는다면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윤 감독이 3주 동안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공격과 수비의 조화였습니다. 요즘 테니스는 공격만으로도, 수비만으로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어떤 선수는 지나치게 수비적이었고, 어떤 선수는 공격만 추구했습니다. 윤 감독은 "공격의 중요성과 수비의 필요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또 연습 때부터 정식 경기 같은 긴장감을 느끼고, 시합 상황을 견디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용일 감독과 주니어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용일 감독 제공

현장에서는 여러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경기 중 선수가 트레이너를 호출했는데, 응급 상황임에도 관계자의 반응 속도가 한없이 느리기만 해 윤 감독의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인도에서는 오전 8시 30분 웜업인데 토너먼트 데스크 관계자가 8시 20분에야 느긋하게 나타나더니 오히려 웬 호들갑이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윤 감독이 항의하자 한 외국 코치는 "여기는 주니어 대회다.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황당했던 장면은 쿠알라룸푸르 복식 8강에서 나왔습니다. 이성민-오승민 조가 호주 선수들과 셀프 카운트 경기에서 4-2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 선수가 갑자기 스코어를 자신들이 리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는 중단됐고, 슈퍼바이저가 들어왔습니다. 조정 결과는 2-2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멘털이 무너졌고, 결국 경기를 이어갈 수 없어 기권했습니다.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감독은 결론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모든 걸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3차 대회에서 장준서가 그 호주 선수를 단식 8강에서 완벽히 제압했습니다. 억울함을 결과로 되갚은 셈입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이보다 강한 국제무대 수업도 없었습니다.

 국내 주니어 대회와의 차이도 분명했습니다. 국내에도 주니어 대회는 많지만, J30, J60급이 중심입니다. 윤 감독은 J200 이상 큰 대회가 국내에서 더 많이 열려야 한국 선수들이 높은 수준의 상대와 자주 부딪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 원정에는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뿐 아니라 동유럽 선수들도 참가했습니다. 공의 속도, 체격, 경기 운영, 승부 근성까지 모두 다른 무대였습니다. 한국 유망주들이 국내 낮은 등급 주니어 대회에 연이어 출전하면서 오히려 피로 누적에 따른 부상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낮은 등급 주니어 대회 우승을 통해 마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 같은 착시 효과까지 유발합니다.

  주원홍 회장 주도로 대한테니스협회가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지원시스템이 아직은 부족해 보입니다. 남자 선수들은 윤 감독과 트레이너가 챙겼지만, 여자 선수들은 부모나 오빠들이 동행했습니다. 윤 감독은 가족들이 현장에서 애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습니다. 호주는 협회에서 코치 3명을 파견했고, 일본은 개인 코치뿐 아니라 협회 16세 데이비스컵 감독까지 현장에 나와 선수들을 점검했습니다. 한국 스포츠의 장래를 위해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윤용일 감독은 어린 선수들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일정은 이미 잡혀 있습니다. 윤 감독과 선수들은 짧은 휴식기를 보낸 뒤 16세 데이비스컵 남자 대표선수들을 서울에 소집합니다. 장준서, 김동재(16), 신재준(16)이 대상입니다. 5월 3일부터 14일까지 올림픽공원과 JW테니스코트에서 훈련한 뒤, 15일 카자흐스탄 쉼켄트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이번 원정의 수확은 메달 몇 개로만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장준서는 성적으로 답했고, 오승민은 가능성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의수와 심시연은 여자 단식 우승으로 존재감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더 큰 수확은 선수들이 국제무대의 현실을 몸으로 겪었다는 점입니다. 느린 운영, 낯선 환경, 억울한 판정, 상대의 심리전까지 모두 이겨내야 하는 곳이 국제무대입니다.

 한국 주니어 테니스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험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 원정은 한국 주니어 테니스의 현재를 확인한 현장이자,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보여준 지도였습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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