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이 입은 철릭, 한복 아니다? 경복궁 무료입장 기준 논란

박찬희 기자 2026. 4. 2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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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릭'.

엄연한 전통복장이지만, 정작 경복궁에서는 철릭을 한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철릭을 입고 경복궁에 갔다가 입장료를 낸 적이 있다는 안아무개(30)씨는 "한복의 이미지가 너무 하나로 고착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처음엔 전통한복만 인정하다가 규정을 개정하며 생활한복을 포함했던 것처럼, (철릭 형태인) 수문장 복장 등도 다음 개정 때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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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주인공 이안대군(변우석)은 왕의 탄신일에 사냥복인 철릭 차림으로 등장해 ‘예법’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을 불렀다. 문화방송 누리집 갈무리

‘철릭’. 이름은 낯설지만 사극에서 사냥복이나 무관의 복장으로 흔하게 등장하는 한복의 한 종류다. 저고리와 치마가 결합한 형태로, 최근에는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속에서 주인공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왕의 탄신일에 관복 대신 착용했다가 ‘예법’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엄연한 전통복장이지만, 정작 경복궁에서는 철릭을 한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철릭을 입더라도 무료로 입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의 ‘한복 무료관람 가이드’에 따르면,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종묘에 상의(저고리)와 하의(치마, 바지)를 각각 갖춘 전통한복과 생활한복을 입고 가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반면 철릭이나 왕이 입는 곤룡포, 경복궁 교대식의 수문장 복장은 ‘상·하의가 연결됐다’는 이유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철릭을 입고 경복궁에 갔다가 입장료를 낸 적이 있다는 안아무개(30)씨는 “한복의 이미지가 너무 하나로 고착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안아무개(30·왼쪽)씨와 일행이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방문한 사진. 당시 두 사람 복장 모두 ‘경복궁 한복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 해당하지 않아 입장료를 지불했다. 안씨 제공

한복 무료관람은 2013년 처음 도입 뒤 고궁의 풍경을 바꾼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경직된 기준 탓에 한복의 다양성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7년에는 여성이 남성 한복을, 남성이 여성 한복을 입으면 요금을 부과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성별을 바꿔 입으면 전통이 깨진다”는 논리였지만,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이드라인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한 뒤 개선됐다.

현장에서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경복궁은 직원들이 입구에서 무료입장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데,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직원에 따라 말이 다르다”, “친구는 철릭 입고 무료로 입장했다길래 입고 갔더니 나는 안 된다고 하더라” 등 혼선이 있었다는 글이 수차례 게시됐다.

하지만 한복 무료입장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에는 관람료 수익 감소가 고민거리다. 4대 궁 및 종묘의 한복 무료입장객은 최근 5년간 115만587명(2019년)에서 199만9089명(2024년)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입장 수익금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설명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한복을 입고 오는 분이 워낙 많아 입장객 수는 월등히 늘었지만, 유료 관람객 비중이 작아지며 수익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복궁·창덕궁(3000원), 창경궁·덕수궁·종묘(1000원) 등의 입장료는 외국 주요 관광지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상의·하의의 구분’이라는 형식적 기준을 개선해 다양한 한복 입기를 권장하면서도, 적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복문화학회장인 최정 원광대 패션디자인산업학과 교수는 “규정을 완화해 상·하의가 연결되었더라도 전통한복인 철릭이나 액주름포(남성용 겉옷의 일종) 정도까지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처음엔 전통한복만 인정하다가 규정을 개정하며 생활한복을 포함했던 것처럼, (철릭 형태인) 수문장 복장 등도 다음 개정 때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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