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죽음의 열매’ 中 빈랑, 한국서 버젓이 판매
중독성 강하고 발암물질 있어
中 규제로 주변국 밀수입된 듯
“한국선 배달 앱으로 불법 유통"

23일 밤 경기 용인의 한 대학 앞 수퍼마켓. 중국 식품을 주로 파는 이 가게 진열대에 ‘허청톈샤빈랑(和成天下檳榔)’이란 제품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제품 봉투 안에는 빈랑 20여 개가 들어 있었다. 이곳뿐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과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중국 식품점에서도 같은 제품이 팔리고 있었다. 가격은 가공 방식에 따라 1만1000원부터 2만5000원 사이였다.
빈랑은 중국에서 ‘죽음의 열매’라 불린다. 중독성이 강하고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수입은 물론 유통·섭취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본지가 국내 중국 식품점을 돌아보니 빈랑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손가락 두 마디 길이 정도 되는 짙은 갈색 열매인 빈랑은 씹었을 때 처음에는 민트처럼 상쾌한 느낌을 주지만, 곧 강한 쓴맛과 함께 혀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신경계를 자극해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각성·흥분 상태도 유발한다. 중독성까지 강하다보니 전 세계 인구 10%에 가까운 7억명이 빈랑을 섭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등을 중심으로 빈랑 소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빈랑은 아레콜린이라는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03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국제 의학 전문지 ‘랜싯’이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에 사는 구강암 환자 8222명 중 90%가 빈랑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후난성은 허난성에서 재배된 빈랑 열매가 가공되는 지역으로, 빈랑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이다.
중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2년 전부터 한국에서 배달 앱을 통해 빈랑이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빈랑 관련 규제가 강화돼 판로가 막히자 인근 국가로 밀수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21년 빈랑 관련 광고를 금지했다. 이어 2022년부터 판매를 막았고, 시중에 풀린 상품을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빈랑 최대 생산지인 허난성의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재배를 막지 않아 갈 곳 잃은 재고가 인근 국가로 흘러들어 간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국내 세관 당국은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지 못한 상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빈랑은 밀수된 것이 맞지만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최근 빈랑이 유행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일본인들에게 빈랑을 소개하며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 빈랑 섭취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 중국 식품점에서 빈랑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보건 당국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제기된 중국 식품점들을 방문 조사하고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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