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접견실 독점한 수용자와 변호사들…'노쇼' 하고 '종일 접견'해도 못 막아
'조력권' 명분으로 하루 수십 건 예약 선점
비용 지불할 수 있는 수용자만 혜택 보고
구속 피의자 등 정작 급한 이는 기회 놓쳐
스마트 접견 등 노력에도 변화는 미지수

# A 변호사는 접견실이 15개 안팎인 지방 한 교정시설로 수용자 접견을 주로 간다. 그는 2명 이상의 수용자에 대해 한꺼번에 접견 예약을 한 뒤 그중 한 건만 참석을 하곤 한다. 나머지는 당연히 '노쇼(No-show)'다. 어느 날은 하루에 30건이 넘는 예약을 한 번에 하는 경우도 있다.
# 수도권의 한 교정시설은 여성 수용자 변호인 접견실이 3곳이다. 어느 날은 3곳 모두, 자리를 차지한 변호사들이 하루 종일 의뢰인과 접견을 하면서 다른 변호인들은 접견 자체가 어려웠다. 결국 이들은 접견실을 두고 수용자 대기실을 임시로 써야 했다.
소수의 변호사와 수용자가 접견실을 독차지해 다른 수용자들의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교정시설은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 변호인 조력권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데다 접견 횟수와 시간 등에도 이렇다 할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동시간대 중복 접견 예약이 발생해도 교도관들은 시간 변경 요청 정도만 할 수 있고, 예약 시간을 넘긴 장시간 접견에도 중단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는다.
접견실당 변호인 접견 4년간 40% 증가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변호인 접견 포화 문제는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변호인 접견이 많은 상위 12개 교정시설의 경우 접견실 1곳당 연간 변호인 접견 수는 2021년 1,096건에서 지난해 1,546건으로 증가했다. 그중 지난해 접견실 1곳당 접견 수가 가장 많았던 부산구치소(2,377건)의 경우 2021년(1,384건)에 비해 70% 이상 폭증한 수치를 보였다.
접견실이 부족하거나 일부 변호사의 '예약 쓸어 담기'가 반복되는 교정기관들은 문제가 심각하다. 부산구치소의 경우 접견실 1곳당 연간 변호인 접견 수와 미결수용자 수(지난달 기준 119명·변호인 접견 상위 12개 교정시설 중 5위)가 모두 상위권인데, 소수의 변호사가 중복 예약과 노쇼를 반복하면서 접견을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지난해 말 '비합리적인 접견 예약 방식으로 접견권이 침해되고 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정도다.

돈 있는 수용자 혜택 보고, 급한 수용자는 기회 놓치고
문제는 '일부 수용자'가 접견을 독점한다는 데 있다. 변호인 접견 상위 12개 교정시설을 기준으로 지난해 300건 이상 변호인 접견을 한 수용자는 고작 13명이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접견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매일 한 번 이상 접견실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들 접견이 원래 목적인 '수사·재판 대비' 때문이었는지도 의문이다. 변호인이 접견실에 위장형 카메라를 몰래 반입해 수용자의 옥중 경영을 돕거나, 스포츠 영상 등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적잖게 적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 간식, 안경, 시계 등 금지물품을 반입하는 사례도 해마다 나온다.
반면 구속 피의자 등 변호인 조력이 시급한 이들은 이들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구속 피의자는) 구속기간이 열흘이고, 기간을 연장해도 20일인데 그 안에 접견 한 번 못 하면 변호인 조력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접견 등 노력에도, 변화는 미지수
교정당국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스마트 접견'을 변호인 접견이 많은 12개 교정시설에 시범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스마트 접견은 변호사는 PC 혹은 스마트폰으로, 수용자는 교정시설 내 별도 접견실 혹은 부스에서 비대면 접견하는 방식이어서 접견실 포화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무차별적인 중복 예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내달부터 예약 시스템 역시 정비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변호사나 수용자 측에서 무제한 접견을 고집하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관계 법령 개정, 변호사협회의 징계 강화, 시설과 시스템 확충 등 다각도의 노력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접견권을 공정하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선우, 36일 동안 접견 63회… 변호인과 매일 한 번 이상 접견했다-사회ㅣ한국일보
- "어린 놈이 무슨 시장"…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 유세 중 '음료 공격'에 실신-정치ㅣ한국일보
- 박보영, 19세 연상 김희원과 열애설에 밝힌 입장-문화ㅣ한국일보
- 조갑제 "'내란 재판' 추경호를 대구시장 후보에? 尹 지령 받았나"-정치ㅣ한국일보
- "2주 만에 문자 해고"… 요아정 매장에서 생긴 일-사회ㅣ한국일보
- "SK하이닉스 성과급 6억 예약 실화?"… 김 부장·박 대리, 박탈감에 운다-경제ㅣ한국일보
- 문원, 신지와 결혼 반대 여론 그 후… "일 끊겨, 물류센터 다녔다"-문화ㅣ한국일보
- 한 마리 47억 원 '세계 최고'... 기네스북 등재된 243㎏ 日 참치-국제ㅣ한국일보
- 이효리 "전성기 땐 기고만장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문화ㅣ한국일보
- 김부겸 선거사무소 개소식 전날 대구 찾은 문재인… "대구 살릴 큰 인물"-지역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