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품아' 국평이 8억대?… '서울 거래 1위' 구축 아파트의 반전 매력

김민호 2026. 4. 2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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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손품 발품]
강북구 SK북한산시티 120건 팔려
2위 아파트 거래량의 두 배 수준
전용면적 84㎡ 실거래가 8억대
삼각산초·어린이집 품은 대단지 강점
도심 접근성·대지 경사는 단점
편집자주
신혼부부의 첫 보금자리부터 은퇴자의 마지막 휴식처까지… 모두가 궁금한 그 집을 기자가 직접 찾아갑니다. 입지, 실거래가 등 핵심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현장 방문 임장기 '내집마련 발품 손품'이 4주에 한 번씩 미래의 내집으로 안내합니다.
20일 찾아간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아파트 2번 게이트(출구). 우이신설선 솔샘역과 접한 이 입구에서부터 단지 내 가장 높은 곳(142동)까지 걸어서 5~8분이 걸린다. 김민호 기자

올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파트는 어디일까? 해답은 강남권에서 먼 북한산 자락에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올해 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무려 120건이 매매됐다. 계약 해제 물량(2건)을 제외해도 거래량이 차순위(황학동 롯데캐슬)의 두 배에 이른다. 산기슭 구축 아파트에 임장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 한국일보가 직접 알아봤다.


생활권 완비한 '가성비' 대단지

높고 넓다. 이달 20일 찾아간 단지의 첫인상이다. 단지는 2000년대 강북권 재개발 열풍이 만들어낸 아파트촌(미아뉴타운)에서도 가장 바깥쪽 고지대에 자리 잡았다. 단지 남쪽 정릉입구 삼거리에서는 자동차로 7분여 올라가야 단지 입구가 나타난다. 지상 16~25층 47개 동, 총 3,830호로 구성된 대단지로 초입의 공공임대아파트 7개 동까지 포함하면 세대 수가 5,327호에 달한다.

단지는 흔히 말하는 '구축 계단식 아파트'의 전형이다. 올해로 준공 22년 차를 맞은 만큼, 인근에 웬만한 생활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대로변(솔샘로) 주상가에는 공인중개사무소부터 식당, 학원, 병원, 마트 등 다양한 업종이 영업 중이고, 우이신설선 솔샘역 아래쪽으로 학원가도 형성돼 있다. 주거동마다 지상·지하주차장이 있어 주차도 편리하다. 단지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주상가 상인은 "미아사거리까지 나가면 대형마트(이마트)도 이용 가능하다"며 "화려하지 않지만 모자란 것도 없는 아파트"라며 웃었다.

우이신설선 솔샘역에 바로 접한 SK북한산시티 아파트 주상가 내부. 다양한 업종이 성업 중이다. 김민호 기자

집값 저렴하고 아이 키우기 좋아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단지의 강점으로 저렴한 집값을 첫손에 꼽았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서울에서 이곳보다 저렴한 30평대 아파트가 드물다"고 강조할 정도다. 단지는 전용면적 59㎡(1,195호), 84㎡(1,786호), 114㎡(849호)로 구성됐는데 이달 최고가에 거래된 집(114㎡)도 실거래가가 8억2,000만 원이다.59㎡는 6억6,500만~6억7,000만 원에, 84㎡는 7억4,800만~7억8,500만 원에 거래됐다. 전용면적이 비슷한 강남3구 아파트 집값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을 이용하려는 수요자에게 딱 맞는 매물인 셈이다.

단지 매물은 현재 네이버 부동산 기준으로 매매 45건, 전세 3건, 월세 5건이 있다. 매매는 전용면적 59㎡ 8건(7억8,000만~8억 원), 84㎡ 17건(7억3,000만~9억 원), 114㎡ 20건(8억~8억8,000만 원)이다.

주상가에는 인테리어 가게가 많다. 그중 한 곳에서 만난 상인 A씨는 "노후화가 심해 신혼부부들이 집 수리를 자주 문의한다"며 "집을 저렴하게 매입한 대신 수리에 돈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달에도 경남 끝자락에서 서울로 발령받은 회사원 집을 고치기로 했다"며 "저렴하게는 7,000만 원 안팎, 고급스럽게는 1억 원까지 들인다"고 전했다. 특히 온수 배관은 이음매 파열이 잦아 임대인들도 세를 주기 전 꼭 고치는 부분이다.

단지가 오래된 만큼, 곳곳에 녹음이 우거진 것도 장점이다. 주민들은 산책로 이용이 편리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김민호 기자
단지 내부에는 비테에어린이집을 비롯해 구립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이 곳곳에 있다. 김민호 기자
단지는 솔샘역부터 경사지 위쪽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민호 기자

단지가 커 매매가 많지만 저렴한 가격 때문에 전세 매물 자체가 적은 편이다. 4번 출입구 상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B씨는 "웬만한 저가 매물은 지난달까지 대부분 소진됐다"며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싸 전세보다는 매매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초·중·고교가 단지와 매우 가까운 점도 장점이다. 과거 혁신학교로 이름을 알렸던 삼각산초등학교는 물론, 삼각산중학교가 사실상 단지 내부에 있고 삼각산고등학교도 도보권에 있다. 단지가 솔샘로 건너편 B아파트보다 시세가 높은 이유가 초등학교 학군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육 시설도 민영 어린이집과 구립 어린이집, 가정형 어린이집, 유치원이 단지 곳곳에 산재했다. 산자락에 위치해 산책로도 잘 마련돼 있다.

SK북한산시티 아파트는 주거동마다 지하주차장과 지상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다만 일부 주거동은 집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없다. 김민호 기자
단지 내 경사가 심하지는 않다. 단지가 언덕을 따라 건설됐지만 계단식 단차의 수가 많아 개별 보행로와 도로 경사는 완만한 편이다. 김민호 기자

그런데 왜 저렴하지?

가장 큰 단점은 교통이다. 도심 출퇴근이 편리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편이다. 경전철 우이신설선 솔샘역이 2017년 단지 코앞에 개통해 도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광화문이나 여의도, 강남권 등지로 출퇴근하려면 반드시 지하철을 환승해야 한다. 실제 이동 시간보다 체감 이동 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단지가 경사지에 건설된 점도 평가가 갈리는 부분이다. 기자는 걸음이 빨라 솔샘역부터 단지에서 가장 높은 곳(142동)까지 도보로 6분이 걸렸는데 서늘한 날씨에도 겉옷 안쪽에 살짝 습기가 찼다. 또 최근 신축 아파트처럼 고급스러운 커뮤니티시설(주민편의시설)은 누리기 어렵다. 주거동 일부는 집에서 지하주차장과 바로 연결된 통로가 없다.

우이신설선 개통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추가 호재가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는 주민도 있다. 한 주민은 "조용하게 아이 키우기 참 좋은 아파트"라면서도 "집을 넓혀 가기가 힘드니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기가 어려워 아쉽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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