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6일…마라톤계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탄생하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마라톤 풀코스 '2시간의 벽'이 마침내 인류에게 진입을 허락했다.
사바스티안 사웨(케냐)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42.195㎞ 풀코스를 1시간 59분 30초에 완주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65초나 앞질렀다. 사웨는 켈빈 키프텀(케냐)이 2023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2시간 00분 35초)을 1분 5초 앞당겼다.
신기원을 열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꿈의 기록 '서브 2'(2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달성한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사웨가 인류사 최초로 지구 이외 천체(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라면 '버즈 올드린'도 있었다.
2위로 들어온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 역시 1시간 59분 41초를 기록했다.
사웨에 이어 두 번째로 서브 2에 성공했다.
3위 제이컵 키플리모(우간다)도 기존 세계기록보다 빠른 2시간 00분 28초에 골인했다.
안정적이었다. 사웨는 초반부터 순항했다.
선두 그룹에서 경쟁자들과 함께 초반 5㎞를 14분 14초(2시간 00분 3초 페이스)에 통과했다.
하프 지점을 1시간 00분 29초에 지나며 순조로운 페이스를 이어갔다.
이후 30㎞ 지점(1시간 26분 03초)까지 빠른 페이스로 선두권 경쟁을 유지했다.
풀코스 3분의 1가량을 남기고 승부수를 띄웠다.
사웨와 케잘차가 치고 나갔다. 둘은 30㎞ 지점에서 속도를 냈다.
빠르게 양자 대결 구도가 구축됐다.
승부는 막판에 갈렸다.
사웨는 결승선을 약 1.7㎞ 앞두고 두 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속도를 끌어올려 케젤차를 따돌렸다. 점점 격차를 벌렸다. 그리고 새 역사를 썼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6일 "이날 사웨는 코스 전반부를 1시간29초에 주파한 뒤 후반부를 더 빠른 59분1초에 뛰었다"면서 "역사상 하프마라톤을 59분1초보다 빠르게 뛴 선수는 단 63명에 불과하다. 믿을 수 없는 후반부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세세히 뜯어보면 더 놀랍다.
사웨는 30∼35㎞ 구간을 13분54초에 주파했다.
35∼40㎞ 구간은 더 빨랐다. 13분42초 만에 통과했다.
100m를 16초4에 뛰는 페이스다.
2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서브 2는 세계 육상계 숙원이자 꿈의 기록이었다.
그간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가 구슬땀을 흘렸다. 서브 2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2시간 장벽은 인류가 넘기 어려운 한계로 인식됐다.
줄탁동시(啐啄同時). 마라톤계 안과 밖이 동시에 쪼니 길이 열렸다.
2시간의 벽은 마라토너 '땀'과 이를 돕는 훈련법과 스포츠 과학, 장비의 발전으로 불가능에서 '가능'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싹은 12년 전에 움 틔웠다.
2014년 베를린 국제마라톤에서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2시간02분57초에 우승해 처음으로 2시간 2분대에 진입했다.
2018년 같은 대회에선 '전설' 일리우드 킵초게(케냐)가 조명받았다. 2시간01분39초를 기록해 꿈의 기록에 '99초' 차까지 다가섰다.
인류가 2시간 벽에 근접하자 유수의 대학 연구진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머리를 맞댔다.
기록 단축에 최적화된 마라톤화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킵초게는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프로젝트 '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초02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인류 최초로 2시간 이내 완주에 성공했다.
다만 이 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레이스는 최적의 코스와 기상 조건 속에서 진행됐다.
킵초게가 7인 1조의 페이스 메이커와 레이저로 속도를 조절하는 선두 차량 도움을 받는 등 정식 대회에서 허용되지 않는 요소가 여럿 포함됐다.
하나 킵초게의 도전은 '정식 대회에서도 서브 2가 가능하다'는 기대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인류는 점점 2시간의 기록에 다가서기 시작했다.
케냐에는 마라톤 인재가 넘실댄다.
키프텀은 개중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그는 2023년 10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0분35초로 세계 기록을 고쳐 썼다.
킵초게의 기존 기록을 34초 앞당겼다.
신동(神童)이었다.
키프텀은 2022년 12월 처음 마라톤 풀코스 경기를 치른 당시 만 스물세 살의 샛별이었다.
풀코스 전장에 데뷔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세계기록을 세워 서브 2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했다.
열망도 강했다. 키프텀은 자신이 인류 최초로 2시간의 벽을 깨겠다며 주당 300㎞ 이상을 뛰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하나 하늘이 내린 천재를 하늘이 너무 이른 시기에 다시 불러들였다.
키프텀은 2024년 12월, 만 24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세계 마라톤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갑작스런 비보에도 육상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키프텀보다 세 살 많은, 1996년 3월생 사웨가 새 역사를 썼다.
하늘도 도왔다. 이날 런던 기온은 10도 중반대에 머물렀다.
바람도 약했다. 좋은 기록을 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여기에 레이스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한 2위 케젤차의 존재도 기록 단축에 힘을 보탰다.
하늘과 사람이 힘을 합쳐 신기원을 여는 데 이바지했다.
사웨는 "모든 사람에겐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겐 이번 대회가 매우 중요했고 열심히 준비했다. 지난 4개월간 집중 훈련의 노력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결과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한 것"이라면서 "결승선에 도착한 뒤 시간을 확인했을 때 정말 기뻤다.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1996년 3월 16일 케냐의 리프트벨리에서 태어난 사웨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케냐 소년이 으레 그렇듯 그 또한 어린 시절 달리기를 접했다.
다른 케냐 선수들처럼 고지대에서 훈련했고 중거리 선수 출신인 삼촌에게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성장했다.
만능이다. 사웨는 2023년 세계 크로스컨트리 선수권대회 남자 10㎞에서 7위에 올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발렌시아 마라톤에선 2시간 2분 05초 기록으로 주목받았다.
역대 5번째로 빠른 기록을 세우며 일약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자리매김했다.
조금씩 승운이 따랐다. 지난해 4월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 2분 27초,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 2분 16초의 기록으로 연이어 월계관을 썼다.
가파른 성장세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다.
사웨는 씩씩했다. 오히려 자진해 최근 20번 이상 도핑 검사를 스스로 받기도 했다.
이날 사웨는 스폰서사가 제작한 100g 무게도 나가지 않은 초경량 마라톤화를 신고 뛰었다.
그는 경기 후 이 마라톤화에 기록을 적었다. 그리고 포즈를 취했다. 올드린의 달에 찍힌 발자국 사진만큼이나 세계 인류사에 오래도록 회자될 사진이 2026년 4월 26일 런던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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