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훨씬 나은 새 제안 받아”… 이란 외무는 다시 파키스탄행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주도하는 이란 측 핵심 인사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중재국 파키스탄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전날 파키스탄을 방문해 이란의 요구를 전달하고 곧장 오만으로 떠났던 아라그치가 러시아로 향하려던 일정을 바꿔 다시 파키스탄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이란 협상단이 파키스탄을 떠나자 미국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시켰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파키스탄 방문을)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했다.
27일쯤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판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라는 신호가 양측에서 포착된 것이다. 다만 이란 우라늄 농축 등 핵심 의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져 단기간 내 갈등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란 분열이 협상 성사 어렵게 해”
주말 사이 미국과 파키스탄은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당초 국제사회에서는 27일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양국이 협상을 이어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특히 아라그치 장관이 24일 소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파키스탄을 찾아 실세인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을 만나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도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파키스탄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라그치는 종전과 관련한 요구안만 남긴 채 25일 돌연 협상지를 떠났다. 미국 협상단도 파키스탄 방문 일정을 취소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는 협상단이 일정을 취소한 사실을 밝히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으려고 18시간이나 비행기를 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로이터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다만 양측이 대화 창구를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협상단 파견을 취소한 뒤 “우리는 모든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란이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전화만 하면 된다”며 여지를 남겼다. 아라그치도 소셜미디어 X에서 “파키스탄 방문이 매우 유익했다”고 했다.
◇이란 내부 분열·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은 걸림돌
이란 내부의 정치적 분열이 회담 성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협상파 사이에 종전 조건을 두고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파는 특히 우라늄 농축 중지와 관련된 미국의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에서 계속되는 교전도 협상 재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레바논 국영 통신에 따르면 25일 밤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휴전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공격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에 공격 드론을 보냈다.

◇美, 다음 달 1일 전쟁 시한 만료
미국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트럼프가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법적 시한이 곧 만료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973년 통과된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미군을 ‘적대 행위’에 투입한 뒤 48시간 내에 의회에 보고하고, 의회 승인이 없을 경우 60일 이내에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장대한 분노’ 작전을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28일이다. 내달 1일이 60일째 되는 날이지만 미 정부는 아직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트럼프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표결을 이어 가고 있다. 앞서 상원에서는 이란 전쟁을 멈추는 데 대한 찬반 투표를 다섯 번 실시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다만 공화당에서도 “의회 승인 없이 60일을 넘기는 군사 행동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향후 투표에서는 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돼도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제로 전쟁이 끝날지는 불투명하다. 과거 정부에서도 전쟁권한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사례가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리비아를 상대로 ‘오디세이 새벽 작전’을 벌이며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 오바마는 당시 “리비아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적 교전 상태가 아니다”라며 작전이 전쟁권한법에 규정된 ‘적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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