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유럽 이익 스스로 지켜야” 안보 자립 강조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4. 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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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방위 조약이 나토보다 강력”
유럽 각국 잇단 美 의존 탈피 주장
젤렌스키 “트럼프에 대한 환상 버려”

미국 중심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탈피해 자체 방위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에서 분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종이 호랑이” “탈퇴엔 재고의 여지가 없다”며 연일 나토를 압박하는 가운데 ‘그럼 미국은 뭘 했느냐’는 반감도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의 상호 방위 조항이 나토 조약 5조(집단 방위)보다 실질적으로 더 강력하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국방 경쟁에서 소외된 유럽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크롱은 이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회담한 뒤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에 강하게 반대하는 지금 우리가 매우 이례적인 시점에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크롱은 “유럽은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리스 찾은 마크롱 ‘윙크’ 프랑스·그리스 경제 포럼 참석차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이 한 참석자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윙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U 회원국 27국은 지난 23~24일 키프로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한 회원국이 무력 침공을 당한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에 따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원조를 제공한다’는 EU 조약 42조 7항을 더욱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마크롱은 지난달 키프로스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가 해군을 파병한 사례를 거론하며 “42조 7항이 빈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했다. 키프로스는 EU 회원국이지만 나토 소속은 아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수개월 내로’ 공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9월 러시아 드론 약 20대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지만 나토가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미국이 우리 (나토) 조약에 명시된 만큼 동맹에 충실할 준비가 됐느냐는 것”이라며 “미국은 유럽 동맹국 방위에 충실한가”라고 했다. 투스크는 나토 조약 5조에 대해 “만약 그런 보장이 서류에만 있다면 아주 실질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며 EU 조약 42조 7항을 두고 “공동 방위, (러시아 쪽) 동부 국경 보호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라고 했다.

덴마크 총리를 지낸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나토에 의심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나토의 유럽 축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돕는 ‘의지의 연합’ 35국 체제를 확장해 유럽 중심의 새 안보 연합을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주요 결정을 트럼프에게 맡기면 EU가 방향을 잃는다”며 미국 의존에서 탈피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재 역할을 기대해 왔던 우크라이나가 이란 전쟁과 ‘대서양 동맹’ 붕괴 등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전문가 제임스 셰어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에 대한 환상을 80% 정도 버렸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이란 전쟁 발발 후 유럽과 중동을 순방하며 독자적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러시아와의 ‘초장기전’으로 흘러가는 이번 전쟁에서 드론·로봇 등 자체 전투력으로 승리해야 한다는 자강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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