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누워서 보는 미디어 아트… “개인도 살 수 있나요?”
부산 전역서 미디어 아트展도 열려

호텔 방이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조선 부산 호텔의 한 객실. 커다란 화면에서 영상 작품이 상영 중이었다. 중국계 화랑 탕 컨템포러리 아트가 선보인 러시아 출신 작가 그룹 AES+F의 38분짜리 비디오 설치 작품 ‘인베르소 문두스(Inverso Mundus·거꾸로 된 세상이란 뜻의 라틴어)’.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비극적이면서도 유쾌하게 전복한 작품이다.
인간과 동물, 혼종적 존재들이 공존하는 초현실적 풍경을 배경으로, 장엄한 음악이 객실을 꽉 채웠다. 거리의 청소부는 오히려 쓰레기를 퍼뜨리고, 가난한 이들이 부자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가축이 인간을 도축하는 장면이 느릿하게 흘러갔다. 관객들은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다가 구입도 할 수 있다.
국내 유일 미디어 아트 전문 아트페어 ‘루프 플러스’가 23~26일 나흘간 이곳에서 열렸다. 호텔 13층 26개 객실에 국내외 갤러리들이 부스를 꾸려 미디어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행사엔 독일 에스더 쉬퍼, 대만 치웬 갤러리, 한국의 백아트 등 19개 글로벌 갤러리가 참여했다. 미디어 아트 작가 강이연, 루치아 레볼리노 등 아티스트 부스와 저스피스 재단,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등 기관 부스도 마련됐다.

이 아트페어가 특별한 건 미디어 아트만 전문으로 다루는 장터라는 점. 김영은 루프 플러스 대표는 “방문객 상당수가 ‘미디어 아트를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지’ 물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파일 형식, 재생 장치, 보존 방식 등 기술적 문제도 있어 첫 구매까지 평균 한두 달이 걸릴 정도로 컬렉터들의 결정 과정도 길다”고 했다.
지난해 페어에선 억만장자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을 관리하는 피노컬렉션을 포함해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 개인 컬렉터들이 상당수 작품을 구입했다. 김 대표는 “(미디어 아트는) 작품을 사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미디어 아트 생태계를 구축하는 아시아 허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산 전역에서 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는 ‘루프 랩 부산 2026’ 행사도 6월 28일까지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 등 공공미술관은 물론 해운대, 공원, 폐공장 건물까지 대형 스크린과 음향 장비를 통해 다양한 영상과 사운드가 펼쳐진다. 행사를 기획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특정 주제나 감독 없이 25개국 130여 명 작가가 35개 문화공간에서 동시다발로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수평형 아트 축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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