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X파일] “한국 여행엔 여분 캐리어 필수” 운동복·속옷까지 K패션 쇼핑
성수동 650% 급증, 명동의 10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풍속도가 변했다. 과거엔 명동 기념품 가게에서 산 저가 티셔츠가 전부였다면, 요즘은 20만~30만원대 국내 패션 브랜드 옷들이 수두룩하다. 한국인이 입는 일상복, 심지어 속옷과 운동복까지 쇼핑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선 “한국 여행엔 여분의 캐리어가 필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통업계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1~3월) 현대백화점에선 외국인 고객의 패션 매출이 1년 전보다 131% 증가하며, 명품(63%)·식품(39%) 등을 제치고 상품군별 외국인 매출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국인의 옷을 따라 입는 게 유행하고, 오버핏 등 체형이 다른 외국인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특히 20만~30만원대 국내 패션 브랜드에 구매가 몰리면서 패션 매출 객단가도 1년 새 40% 높아졌다”고 했다.
다른 백화점 상황도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올 1분기 여성 패션과 남성 패션 매출이 작년 1분기 대비 각각 100%, 121% 증가했다. 외국인 구매 비율이 높은 롯데백화점 본점에선 외국인의 여성 패션과 스포츠·아웃도어 매출이 작년 1분기에 비해 각각 180%, 80% 늘었다. K패션 전문관, 러닝 특화 공간 등 백화점 매장도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과거 명동이나 동대문에서 저렴한 기념품용 옷을 구매했지만, 이제 운동복·속옷 등 매일같이 입는 제품을 주로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1~9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패션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4% 늘었다. 특히 언더웨어(속옷·59.1%), 액세서리(33%), 스포츠웨어(32.8%)가 성장을 주도했다. 한때 ‘기념품’ 취급받던 한국 옷이 이제 실생활 소비재로 격상됐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수시로 바뀌는 ‘팝업’ 성지였던 서울 성수동을 외국인이 찾는 ‘K패션 성지’로 만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작년 1~9월 외국인 관광객의 패션 결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빠르게 늘어난 곳은 ‘성수2가1동’(650%)이다. 성장률이 명동(62.9%)의 10배에 달했다. 국내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이 집결한 성수동은 이제 외국인에게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체험하는 ‘거대한 런웨이’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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