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HD현대, 방산·에너지로 확장…KDDX는 ‘아픈 손가락’

경상일보 2026. 4. 2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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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가 글로벌 조선 톱티어를 넘어 글로벌 방산과 미래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위상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 기반 발전 설비로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해군연구청(ONR)의 핵심 연구과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국 우선주의가 철저한 미 해군이 AI 기반 함정 성능 개선과 첨단 제조 공정 연구를 맡겼다는 점은 HD현대가 단순한 유지·보수·정비(MRO) 파트너를 넘어 차세대 건조 분야의 핵심 전략 동맹으로 격상되었음을 시사한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는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2건을 연이어 수주했다.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는 성과다. 미래 해전의 핵심으로 꼽히는 무인함정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무인 잠수정(UUV)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미 해군의 자율운항 기반 무인 해양 전력 구축 사업 참여를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HD현대가 단순한 조선사를 넘어 AI 시대를 뒷받침하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약 6271억원 규모의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한 것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설계 수주 불발에서 보듯, 미 국방 시장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고 변수가 많다. 또한 미국 내 자국 산업 보호주의 기조와 통상 압박은 언제든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내부의 출혈이다. 7조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HD현대의 불참 리스크는 국내 방산 생태계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국가적 손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속 지명경쟁입찰 방식이 과연 최선인지, 방위사업청과 정부는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

HD현대의 도전은 단순한 기업 성장을 넘어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 패권과 직결되어 있다. 하지만 기업의 고군분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KDDX와 같은 국책사업은 무엇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철저히 담보되어야 한다. 답은 분명하다.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고 지원은 더욱 강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규제 혁파와 전방위 외교를 통한 전략적 지원 없이는 기술 초격차도, 산업 주도권도 지켜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