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생일카페서 민주주의 덕질해요”

광주일보 2026. 4. 2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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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5·18 전시 여는 90년대생 강수지·이하영 작가
엄숙함 벗고 굿즈·필사로 소통… 텀블벅 펀딩 등 Z세대 ‘오월 기억’
5월 16~25일 전일빌딩245서…“팬심이 세상을 바꾸는 동력 돼죠”
이하영(왼쪽)·강수지 작가. <이하영 작가 제공>
올해 ACC에서 선보인 ‘민주주의 덕질하기’ 전시. <이하영 작가 제공>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90년대생 예술가들의 시선이 새롭다.

시각예술 듀오 강수지(여·35), 이하영(여·32)작가는 무거움과 엄숙함 대신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덕질’문화를 빌려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두 작가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 함께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전일빌딩245에서 ‘민주주의 덕질하기’를 개최한다.

‘민주주의 덕질하기’의 전시 공간은 K-POP 팬 문화에서 유행하는 ‘생일카페’ 형식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며 팬들이 모여 굿즈를 나누고 공간을 즐기듯 5·18을 앞두고 민주주의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실제 생일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굿즈를 즐기고, 헌법 전문을 필사하거나 민주주의에게 보내는 방명록을 남길 수 있다.

“탄핵시위에서 목격한 동시대 여성들의 모습이 큰 영감이 됐어요. 추운 날씨에도 남태령과 광장에서 끈기 있게 자리를 지키며 간식을 나눠 먹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레기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는 모습이 아이돌 팬덤의 활동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었죠.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은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응원봉을 흔들고 SNS로 사람을 모으는 팬덤의 에너지가 광장으로 이어졌다고 봤어요.”

<>지난해 전남도립미술관과 올해 국립아시아문화 전당(ACC)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은 청년들은 “이거 생일카페잖아?” 하며 반갑게 반응했고 가족과 함께 찾은 자녀들은 부모에게 생일카페 문화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민주주의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순간이었다.

이들은 현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5·18 FAN의 민주주의 덕질하기’를 열고 굿즈를 판매 중이다. 목표금액인 2000만원을 달성하면 결제가 진행되고 7월 1일부터 발송이 시작된다. 이날 기준 110명(522만 8580원)이 참여했다.

금액은 3만원부터 10만원까지 다양하며 ‘민주’와 ‘주의 ’캐릭터를 담은 뱃지, 부채, 스티커, 키링 등 다양한 굿즈가 준비돼 있다.

이 작가는 “건강한 팬덤 문화와 건강한 민주주의는 ‘분노’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돌 덕질은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부당함에 화를 내는 힘과 닮아있어요. 덕질은 젊은 여성들이 페미니즘, 인종차별, 노동 등 사회적 사안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12·3 계엄 이후 ‘ㅇㅇ야, 내가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며 추운 겨울 시위 현장에 나섰던 아이돌 팬들처럼 무언가에 대한 애정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힘이 되기도 하죠. 이번 전시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머물며 민주주의라는 가치로 연결되는, 편안한 쉼터가 되길 바랍니다.”

이 작가는 5·18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가 점점 늘어가는 오늘날, 이번 전시를 통해 5·18이 진부한 역사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우리의 일상과도 맞닿아 있는 기억의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이를 위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어 광장에 나섰던 이들처럼, 이 전시가 처한 상황도, 성별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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