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장의 나라’ 日도 디지털 유언… 68년간 자필만 고집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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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이 구시대적 기준 탓에 무효화돼 유족들이 유산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80대 여성은 세 자녀 중 간병을 도맡았던 딸에게 아파트를 남기겠다며 노인복지관에서 배운 한글 프로그램으로 유언장을 작성했다가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자녀들이 3년째 소송 중이다.
유언장에 첨부할 재산목록을 전자문서로 작성하거나, 주소를 일부 누락하는 등 사소한 실수 때문에 유언장이 휴지 조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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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법은 유언의 요건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자필 유언장을 남기거나 공증인 앞에서 유언하는 등 5가지 방식이 있는데, 조금이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증인을 둔 상태로 녹음 유언도 가능하지만 유언으로 득을 보는 사람은 증인에서 배제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처럼 형식을 엄격하게 따지는 건 유언자의 의사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해 분쟁 소지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1958년 제정된 민법 조항이 68년간 바뀌지 않고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요즘은 고령자들도 대체로 스마트폰이나 PC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데도 꼭 손글씨로 유언장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뭔가. 거동이 힘든 사람은 장문의 유언장을 손으로 쓰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종이로 된 유언장은 분실될 위험이 있고, 글씨체가 맞느냐를 두고 법적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공증 유언 역시 수수료가 300만 원 넘게 들어 저소득층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일부 주나 유럽 국가들처럼 디지털 유언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도 도장을 찍고 공식 의사소통 수단으로 e메일보다 팩스를 선호하는 등 아날로그 전통이 강한 일본마저 디지털 유언을 허용하기로 최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현재는 의회 통과만 남겨둔 상태다. PC나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유언도 일정 요건을 갖춰 관공서에 제출하면 파일 형태로 보관되는 방식이다. 누구나 쉽게 유언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문화 등으로 인해 ‘유언장 없는 죽음’이 여전히 많은 편이다. 시대에 뒤처진 제도 탓에 무효가 되는 유언까지 많아지면 유족들의 혼란이 커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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