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한 걱정, 사랑에서 출발했음을 기억하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2026. 4. 2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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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사랑 가리는 지나친 걱정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한 달 반 정도 된 신생아를 키우는 초보 아빠가 나를 찾아왔다. 그 아빠는 불안한 눈빛으로 “박사님, 아기가 너무 예쁜데 안을 수가 없어요”라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아기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안을 때도 떨어뜨릴까 봐, 목욕을 시킬 때도 팔에서 미끄러질까 봐, 분유를 먹일 때도 혹시 숨이 막힐까 봐, 옷을 입힐 때도 아프게 잡을까 봐, 아이가 평소보다 많이 울면 내가 뭔가 많이 잘못했을까 봐 걱정이란다. 그래서 결국 아기에게 감히(?)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했다.

신생아를 만났을 때 초보 부모들의 걱정스러운 마음, 너무나 잘 안다. 그 시기 아기는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작고 연약해 보인다. 그런데 이 아기들이 의외로 그렇게 약하지는 않다. 스스로 먹을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지만 신생아들도 자기 생존을 위한 매우 적극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부모에게 안길 때 딱 붙는다. 안겨 있지만 떨어질 것 같으면 손에 잡히는 것을 꽉 쥔다. 불편해지면 엄청나게 크게 운다.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이 연약한 아기도 생존의 힘을 가지고 있고, 어설픈 초보 부모들에게도 내 아이를 사랑하는 넘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두 힘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아이가 어떻게 될까 봐 드는 걱정은 아이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아이가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 불안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를 향한 나의 걱정은 내가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드는 마음이다. 어찌 보면 내가 진짜 부모가 되어 간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척 고귀한 마음이다. 부모가 되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런 불안이나 걱정이 들 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 마음의 출발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내 안에 아이를 위해 내 목숨을 던져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표현을 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걱정에 먹혀서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잊는다. 나는 이 초보 아빠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아기가 걱정이 될 때는 아기를 한 번 더 안아 주세요. 아기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주세요. 아기의 귀에 대고 ‘아빠는 너를 진짜 사랑해’라고 속삭여 주세요.”

아이의 건강을 걱정해서 집을 지나치게 깨끗하게 청소하는 엄마가 있었다. 이 엄마는 미세먼지도 걱정, 알레르기도 걱정,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도 걱정이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청소를 했다. 청소를 하느라 하루 종일 바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정작 아이와 눈을 마주칠 시간조차 없었다. 이 엄마는 이 청소를 왜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본질을 잊어버린 것이다. 청소에 몰두하는 그 행위를 통해서 나의 걱정만 낮추려고 할 뿐, 그 행위가 시작됐던 본질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우리는 아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그 걱정은 대부분 ‘엄청 크고 깊은 사랑’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 걱정으로 인한 행위에만 몰두하면 그 안에 아이는 이미 없다. 나의 걱정만 낮추려고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불안하면 나의 불안을 낮추려고 내 눈에 보이는 아이 주변의 문제들에만 몰두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라고 여기는 것들을 해결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 보면 아이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빠져버린다.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부모가 자신을 따뜻하게 사랑해 주는 것이다. 뭐든 오냐오냐 하면서 다 받아 주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보일 때 눈 한 번 더 맞춰 주고, 아이가 곁을 지나갈 때 머리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옆에 앉을 때 손 한 번 더 꼭 잡아 주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한 번이라도 더 미소 짓고 빙그레 웃어 주는 것이다. 밥 먹을 때 “많이 먹어”라고 하면서 어깨 한 번 토닥이는 것이다. 날씨가 추우면 “따뜻하게 입어. 겉옷 하나 챙겨 가”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면 “배고프니?” “오늘 재미있었어?” “오늘 힘들었어?”라고 물어 주는 것이다.

이런 사랑은 부모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모 마음 안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DNA가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선물보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다. 부디 부모가 가진 아이에 대한 사랑을, 아이도 따뜻하다고 느끼도록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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