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청소년, 재산 범죄로 가중 처벌해야”

김세훈 기자 2026. 4. 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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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 토론회서 발표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도박의 청소년 확산 위기와 스포츠의 책임’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처음엔 또래 상대로 돈 갈취하고
무인점포 절도·중고거래 사기로
‘의지로 끊어라’ 접근법 비현실적
체육·예술 활동으로 도파민 제공

“청소년 도박은 더 이상 일부 학생의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볼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도박의 청소년 확산 위기와 스포츠의 책임’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온라인 불법 콘텐츠, 불법 금융, 2차 범죄가 결합된 복합 범죄로 확산되고 있다”며 “공급자 단속과 수요자 예방, 중독 청소년 치료가 함께 작동하는 종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소년 도박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청소년 도박 관련 처분 인원은 777명으로 전년 478명보다 62.6%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형사입건은 줄었지만 선도심사위원회 처분은 크게 늘어났다. 검거된 청소년의 96.5%가 남성이었고, 16~18세가 81.4%를 차지했다.

유입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 계장은 “청소년들은 도박 사이트를 직접 검색하기도 하지만, 무료 영화·웹툰 공유 사이트, 게임 게시판, SNS 광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공유 사이트 안에 온라인 카지노, 성인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물, 도박 광고가 함께 붙는 이른바 ‘악의 연대’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박 방식 역시 중독성을 빠르게 높이는 구조다. 바카라, 파워볼, 사다리 게임 등 온라인 기반 도박이 주류를 이루며, 특히 10초 안팎에 승패가 갈리는 즉석형 게임이 청소년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하 계장은 이를 “도파민 분비가 가장 극적인 형태”라고 했다.

청소년 도박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 빚과 2차 범죄로 이어진다. 조사에 따르면 도박 자금원은 용돈과 저축이 대부분이지만, 부모 계좌 이용, 소액결제, 대리입금, 갈취·사기·학교폭력 등으로 번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도박으로 빚을 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3.8%에 달했다.

하 계장은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서울에서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처음에는 또래를 상대로 돈을 갈취하다가, 이후 무인점포 절도와 중고거래 사기, 불법 대출까지 범행을 확대했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응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단속이나 예방교육 중심의 개별 대응이 많았다면, 이제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당국,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참여하는 협업 체계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불법도박 사이트 실시간 차단, 신고 창구 일원화, 대포통장 및 가상자산 추적, 계좌정지 제도 도입, 공급자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 대상 불법도박은 단순 풍속범이 아니라 재산 범죄 성격이 강한 만큼 가중처벌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수요자 대응에서는 예방교육과 치료가 동시에 강조됐다. 그는 “도박에 빠진 청소년에게 ‘의지로 끊으라’는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도박은 뇌의 보상회로와 충동조절 기능이 변화하는 의학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심리 전문가의 개입과 학교·가정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에게 단순히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스포츠와 예술활동 등 긍정적 도파민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과정에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 계장은 마지막으로 “청소년에게 온라인 도박은 게임이 아니라 사기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한 아이의 성장과 가족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사진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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