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마저 외면…‘붕 떠버린’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박준철 기자 2026. 4. 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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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관광열차’로 새출발…재운행 6개월째 정원 20% 못 채워
공사, 운영비 등 연 50억 투입…“내년부터 정부에 재정 지원 요청”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좌석이 거의 빈 채 운행되고 있다. 지난 23일 용유도로 향하는 자기부상열차에는 겨우 17명이 탑승했다.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 2층 제1여객터미널역에는 봄나들이에 나선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지에서 온 이들은 비행기를 타러 온 관광객이 아니었다. 인천공항이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로 갈아타려는 ‘환승객’들이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용유도였다.

이모씨(82·서울 양천구)는 “용유도에 낚시를 하려고 왔다. 자기부상열차가 공짜라서 이걸 타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로 탈 수 있고 한 번에 용유도까지 가니 얼마나 좋으냐”며 “돈을 받는다고 하면 이걸 타러 오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노인 일행과 상주 직원 등 총 17명을 태우고 제1터미널역에서 출발한 자기부상열차는 두 번째 역인 장기주차장역에 멈췄다. 하지만 단 1명도 타고 내리지 않았다. 세 번째 역인 합동청사역에서는 1명, 파라다이스시티역에서는 2명이 내렸지만 타는 사람은 없었다. 다섯 번째 역인 워터파크역까지도 내리거나 타는 승객은 없었다. 남은 탑승객들은 마지막 역인 용유역에서 모두 하차했다. 용유역에서 출발해 제1터미널로 가는 자기부상열차에는 단 5명만 탑승했다. 중간 정차역에서는 1명도 타거나 내리지 않았다. 상주 직원 1명이 합동청사역에서 탑승했지만 다른 승객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인천공항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부상열차를 관광용 열차로 바꿔 재운행에 들어간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승객이 찾지 않는 빈 열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레일과 접촉하는 바퀴 대신 전자석의 힘으로 레일에서 8㎜ 뜬 상태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2016년 국내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설치됐다. 제1터미널~용유역 6개 역사 6.1㎞ 구간이다.

자기부상열차를 설치하기 위해 많은 비용도 투입됐다. 국비(2175억원)·시비(189억원)로만 2364억원이 들어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전체 비용의 25%에 달하는 787억원을 들였다.

자기부상열차는 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인천공항공사는 매년 운영비로만 80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총 769억원이 투입됐다. 2022년부터 운행을 중단했지만 유지·관리 비용도 매년 들어갔다. 자기부상열차는 지난해 10월17일 가동 횟수를 대폭 줄여 3년 만에 재운행에 들어갔다.

자기부상열차가 도시철도로 활용될 때는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하루 103회(편도 기준) 운행했다. 인천공항으로 출퇴근하는 지역 주민과 상주 직원들이 이용했다.

현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5분 간격으로 하루 24회만 운행 중이다. 1회 탑승 정원은 186명이지만 단 한 번도 이를 채운 적이 없다. 1회 평균 탑승객은 정원의 18%인 3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사가 매년 운영비 등으로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59억원에 달한다. 딱히 다른 활용 방안을 찾기도 어렵다. 유료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내 이동 지원과 체험 등 자기부상열차 이용객 확대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운영비 등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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