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피습이 트럼프를 살려내는 방법···'불굴의 강인함이라는 착각'
외부 위협에 표심 결집
공포가 만든 일회성 영웅
폭력 용인하는 사회 우려
연민보단 이성적 판단을

새벽 2시 전화기 진동이 울린다. 화면을 보니 3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다. 차단하려는 찰나 메시지 내용이 심상치 않다. "나 방금 교통사고 크게 나서 응급실 실려 가는 중이야. 피가 멈추질 않는데··· 이상하게 네 생각이 나더라." 그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었는지 과거의 데이터는 뇌 속 깊은 곳으로 처박히고 만다. 대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묘한 연민과 보호 본능이 폭발해 맨발로 응급실로 뛰쳐가게 된다. 한데 7일 뒤 퇴원한 그가 깁스를 한 채 소파에 누워 게임만 하며 잔소리를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구나.'
미국 현지시각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 보안검색대로 무기를 들고 돌진한 괴한 그리고 2024년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트럼프의 귀를 스친 총탄. 정치인 피습 사건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가 '옛 남자 친구의 새벽 2시 응급실 문자'와 같다. 정치 심리 분석가의 렌즈를 장착하고 아찔한 스릴러가 표심을 어떻게 쥐락펴락하는지 해부 해보자.
응급실로 뛰쳐가는 유권자 결집 효과의 심리학
정치인이 공격받는 순간 대중의 뇌에서는 이념과 정책 필터가 꺼지고 '생존과 보호'라는 원초적 본능이 켜진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결집 효과(Rally-around-the-flag)라고 부른다.
케임브리지대 학술지 <정치학 연구 및 방법론>에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테러나 피습 같은 외부의 치명적 위협이 발생할 때 유권자는 본능적으로 '보호'를 기대한다. 현재의 권력자나 피해자에게 강하게 결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장 총격 소동 직후 "비밀경호국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여유를 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격받은 대상은 순식간에 '권력자'에서 '위협받은 인간'으로 전환되며 지지층은 분노로 뭉치고 중도층마저 연민의 늪에 빠진다. 옛 남자 친구의 깁스를 보고 마음이 약해지는 것과 완벽히 같은 이치다.
피 묻은 얼굴과 불끈 쥔 주먹 정서지능이 낳은 영웅화 피습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정치인이 침착함을 유지할 때 유권자는 이를 '불굴의 강인함'으로 착각한다. 2024년 트럼프가 피를 흘리며 "싸우자"를 외친 장면은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주술이었다.
정치심리학의 정서지능 이론(Affective Intelligence Theory)에 따르면 공포와 불안이 커질수록 유권자는 기존의 정치적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에 집중하게 된다. 학술지 <정치심리학>에 게재된 래드와 렌츠의 논문은 이러한 불안감이 유권자의 판단 방식을 감정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한다고 설명한다.
대중은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본다
이재명·배현진·박근혜·송영길 등 한국 정치인들의 잦은 피습 사건들 속에서도 지지자들은 '피해자 서사'를 극대화한다. 약점이 많던 정치인이라도 총탄과 흉기를 버텨내는 순간 일시적으로 결점이 세탁되고 영웅의 망토를 두르게 되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이다.
퇴원 후의 현실 타격 폭력의 정상화와 정치적 피로감 응급실 문자에 속아 재결합을 해도 며칠 뒤면 환상이 깨지듯 피습 효과는 생각보다 짧다. 오히려 사회 전체에 깊은 후유증을 남긴다.
학술지 <여론 분기보>는 네덜란드 정치인 티에리 보데 피습 사건을 분석하며 정치인 대상 테러가 단기적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정치 폭력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조롱과 적대감이 강할수록 "저쪽은 당해도 싸다"는 섬뜩한 논리가 독버섯처럼 퍼진다.
사건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 동정은 사라지고 네 탓 공방이 시작된다. 경호 실패 책임론·자작극 음모론·상대를 향한 보복의 언어가 난무한다. 결국 중도층 유권자들은 "정치는 역시 혐오스럽고 위험한 짓거리"라며 고개를 젓게 된다. 총알 한 발이 단기 지지율엔 스테로이드가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독약이 되는 셈이다.
정치인 피습은 대중의 이성을 강제로 정지시키고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강제 주파수 전환 사건이다. 응급실의 기적이 영원한 사랑을 보장하지 않듯 피습 직후 치솟는 지지율 역시 정치인이 이를 증오의 재생산이 아닌 통합의 메시지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이다. 극단적인 정치 폭력과 그로 인한 일시적 지지율 변동 현상을 지켜볼 때 유권자로서 우리는 감정적 연민을 넘어 어떤 이성적 기준을 가지고 정치인의 진면목을 평가해야 할까.
☞결집 효과= 국가적 위기나 외부의 치명적 위협이 발생했을 때 국민이 평소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적 차이를 넘어 현재의 권력자나 위협받는 대상을 중심으로 강하게 단합해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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