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AI는 과학입니다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2026. 4. 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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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왜 인공지능(AI)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2016년 알파고 쇼크를 떠올려 본다. 천재 인간을 이긴 AI라니 보통의 인간들에게 무력감을 주기에 얼마나 좋은 이벤트였던가. 10년 전 기계에 졌던 천재 인간은 이제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AI는 신”이라고 외치는 이가 되었다. 그는 수년 전 바둑기사 은퇴를 결심한 데에 알파고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AI가 모든 바둑기사에게 좌절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특히 AI가 도입되면서 여성 기사와 남성 기사 사이의 격차가 줄고 있다는 말이 있다. 바둑계의 성별 격차는 남성 중심의 도제식 훈련 문화에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AI 덕분에 여성 기사들이 바둑의 수(手)를 익히는 것이 훨씬 수월해져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AI가 대부분 남성인 고수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지식을 밖으로 떼어냄으로써 더 많은 이들이 바둑을 배울 수 있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앎을 우리의 앎으로 만드는 일, 생산한 이의 몸을 떠나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는 지식을 만드는 일, 그것의 이름은 과학이다.

2013년 네덜란드의 의료인류학자 지네트 폴스는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만들고 사용하는 지식을 어떻게 과학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돌봄이 고도의 지적 실천임을 전제로 한다. 그는 만성폐쇄폐질환 환자들이 집에 설치된 웹캠으로 서로 돌봄 지식을 공유하는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환자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자신만의 실험을 하며 얻은 노하우를 웹캠으로 공유하자 나의 앎이 다른 환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 되었다. 굳이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의 가능성과 한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관건은 환자들의 일상적 돌봄 데이터를 어떻게 AI에 잘 학습시킬 것인가다.

콜센터에 AI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콜센터 업무 역시 감정노동이면서 동시에 복잡한 지적노동이다. ‘인간 노동자를 어떻게 AI로 대체할 것인가?’ 대신 ‘노동자의 지식을 어떻게 과학으로 전환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꿔보자. 그러면 콜센터 통화 기록을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해 AI를 훈련시키는 것이 상담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상담사의 전문성을 AI를 통해 가시화하는 것이 된다. 당연하게도 이 과정에 상담사는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본을 잊고 개발된 AI는 결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AI 대전환은 AI와 인간의 대결이 아니다.

AI는 과학이다. 이 과학이 노동자를 위한 것이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돌봄이나 고객 상담과 같이 여성들이 주로 진출해 있는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침 지난 3월25일 국가AI전략위원회에 전문가 45명이 추가로 위촉되며 조직이 확대 개편됐다. 기존 8개였던 분과위원회가 10개로 늘었지만 아쉽게도 이런 개입을 할 수 있는 분과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편 최근 성평등가족부에는 ‘성평등AI정책과’가 신설됐다. 정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다. 이제 국가AI전략위원회의 11번째 분과로 ‘여성·노동자분과’를 조속히 신설해야 할 때다.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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