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지주회사 제도, 손볼 때가 되었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2026. 4. 2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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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상징으로 꼽혀온 국내 지주회사들 주가가 최근 들어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기대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은 순자산가치(NAV)에 한참 못 미친다. SK, LG, 한화, CJ 등 국내 주요 지주사의 합산 NAV 할인율은 2021년 이후 65%대까지 확대되었다가 지난해 5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일본 등 타 선진국의 할인율 10~20%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다.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지주회사 제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상장 자회사의 경우 20~30%,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40~50%에 그친다. 적은 지분으로 광범위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요구되는 최소지분율을 겨우 맞추는 수준으로 지분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독일의 경우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통상 80%에서 100% 보유하는 것과 대비된다.

지분율 요건이 완화되어 있기에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따로 상장해 모회사 일반주주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중복상장, 인수·합병(M&A) 때 대주주만 시장가의 두세 배 프리미엄을 챙기는 행태, 모자(母子)회사 간 이해상충 속에서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무시되는 의사결정, 주주들의 의사에 반하는 비관련 다각화 등의 병폐가 발생한다. 이러한 병폐를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같은 것이 생겨났고 최근에는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증적인 제도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주회사 제도 자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첫 번째 제도 개선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 30%, 비상장 자회사 지분 50%만 보유해도 지주회사 지위를 인정한다. 이런 낮은 기준이 총수 일가가 한 자릿수 안팎의 실질 지분으로 수십, 수백개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단계적·점진적으로라도 의무 보유 비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소유 구조를 정면으로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둘째로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상법 개정의 효과가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후속 입법을 하는 것이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사이에는 구조적으로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적분할 후 동시 상장, 계열사 간 내부거래, 지배지분 매각 등 의사결정마다 주주 간 이익이 충돌하기에 이사의 책임이 가중된다. 타 선진국 지주회사들이 별도의 지분율 규제가 없음에도 굳이 자회사 지분을 100%에 가깝게 보유하는 이유가 바로 이 책임 문제 때문이다. 상장 자회사를 두는 순간 모자회사 간 이해상충 위험이 현실화되고, 이사들의 의사결정에 ‘완전한 공정성’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일반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이해상충 거래에서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외면한 결정에 대해 실질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영국의 2006년 회사법은 회사의 업무가 주주 전체 또는 일부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방식으로 수행될 경우 주주가 회사에 대한 금지명령, 주식매수명령 등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도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이 단순히 선언적인 것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이해충돌 거래에 있어서의 ‘완전한 공정성’ 기준을 법제화하고 주주의 법적 구제 수단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세제개혁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면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를 100% 면제하고, 20~50%만 갖고 있어도 80%를 깎아준다. 일반주주는 배당을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배당세를 무는데,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지주회사는 사실상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차별적 과세가 이뤄지는 셈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지주회사들이 자회사 지분을 통상 100% 보유하는 것은 지분율이 그 이하이면 연결납세 혜택이 줄어 세제상 불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주회사는 적은 지분으로도 자회사 지배가 가능하고, 세금 혜택이 주어지며, 이사의 책임은 모호하다. 이제 지주회사 제도 전반을 손볼 시점이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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