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대란에 인력 운용까지 차질…운전자금 등 정부와 공조”

이유진 기자 2026. 4. 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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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에게 중동위기 대응전략을 묻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과 추진 과제를 밝히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제공


- 중동전쟁 여파 부산기업 삼중고
- 비상상황엔 정부 실질조처 필요
- 상의도 현장·정책 연계위해 총력

- 수도권 기업 부산이전 의향 조사
- 물류·교통 인프라 평가 비교우위
- 비즈니스·생활 인프라 보완 핵심

- 상의 지원시스템 현장 중심 재편
- 해수부 이전·해운기업 집적 기회
- 정주여건 개선·법인세 차등 추진

부산 경제는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및 유가 상승, 지속된 고환율, 대미 수출 관세 등으로 어려움이 겹겹이 쌓인 상태다. 대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덮치면서 대응 여력이 떨어지는 지역 기업들은 각종 경영 부담에 활동 보폭마저 위축되는 상황이다.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사업 재편도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 기업이 눈앞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상공계의 구심점인 부산상공회의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재생(은산해운항공 회장) 부산상의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지역 기업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고, 부산이 수도권 유망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및 부산시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동발 리스크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부산상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중동사태가 터졌을 때 부산상의가 가장 먼저 한 것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었다. 지난달 업종별 긴급간담회를 열었고, 이후 전 직원이 참여하는 현장방문반을 꾸려 150여 곳의 기업을 찾아 다녔다. 저도 매달 지역 기업을 직접 찾아가 애로를 듣는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한 지역 기업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가 원·부자재 가격이 매달 오른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었다. 돈을 더 내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물량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해상운임까지 단기간에 대폭 치솟으면서 기업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겹쳤다. 생산이 줄면 매출이 감소하고, 이는 곧 고용이 흔들리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한 제조업체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중동 정세가 악화할 줄 몰랐던 올해 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 신청했고, 다음 달부터 정식으로 채용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공장을 가동하기 힘든 상황이 됐고, 인력 배정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중동사태는 개별 기업이 혼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비상 상황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긴급운전자금 지원 확대, 정책금융 공급 강화,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외국인 노동자 배정과 같은 행정 절차의 탄력적 운용까지 기업의 꽉 막힌 숨을 틔워주는 실질적인 조처들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부산상의도 현장과 정책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지역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역량을 쏟고 있다.

-부산 지역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 매력을 높일 필요성이 크다.

▶이와 관련 부산상의가 최근 직접 조사한 데이터가 있다. 수도권 소재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 및 투자 의향을 조사했는데, 결과를 보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맞다’는 확신과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확인했다.

먼저 긍정적인 부분은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 투자를 결정할 때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47.5%)을 압도적 1위로 꼽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28.8%) 호남(21.6%)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물류·교통 인프라 평가에서는 부산이 수도권보다 우위 또는 대등하다는 응답이 86.7%에 달했다. 부산 투자에서 기대하는 것도 물류 경쟁력 확보(38.5%)였다. 해양수산부 이전,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이 맞물리면서 물류 거점으로서의 부산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다만 냉정하게 봐야 할 숫자도 있다. 비즈니스·산업 생태계 부문에서는 부산이 수도권 대비 열위라는 응답이 50.2%였고, 생활 인프라 부문(44.9%)도 비슷했다. 결국 기업은 사람을 따라 움직이고, 사람은 환경을 따라 움직인다. 물류 인프라가 아무리 뛰어나도 임직원 가족들이 이 도시에서 살고 싶지 않으면 기업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생활 인프라를 들여다보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것이 바로 ‘물 문제’다. 맑은 물은 단순한 생활 편의가 아니다. 이 도시에서 살아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는 신뢰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저는 취수원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 구축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투자 유치의 핵심 인프라 차원이라 생각한다.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세제 혜택이 바로 ‘법인세 지역별 차등 적용(62.8%)’이라는 대목이다. 수도권 기업들은 일회성 보조금이 아닌, 중장기적인 비용 구조 개선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주 여건 개선은 부산시가 풀어야 할 숙제이고, 세제 개편은 중앙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해결된다. 이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

-부산상의 회장 취임 후 그간을 되돌아 본다면.

▶제가 부산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후 지난 2년은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갈림길’이자 ‘지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할 골든타임’이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지역 기업들은 회복을 체감하기보다는 비용 부담 속에서 버티는 경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지역 제조업을 짓누르고 있었다. 조선기자재 기계 금속가공 등 부산의 주력 업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직접 노출된 데다 기술 격차까지 빠르게 줄어들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다만 저는 이 시기를 위기로만 보지 않았다. 해수부 이전과 해운 기업들의 부산 집적 움직임은 지역 산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대응해 기업 지원 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전면 재편했다. 부산원스톱기업지원센터를 부산상의로 이전해 기업과의 접점을 높였고, 기업 애로 담당 부서도 대폭 확대했다. 또 부산시 공무원을 기업정책협력관으로 상주시켜 민관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재편 지원을 핵심적으로 추진했다. 수도권에만 있던 사업재편 현장지원센터를 2024년 9월 지방 최초로 부산에 개소했다. 지난 8년간 연평균 3곳에 불과했던 지역 내 승인 기업이 센터 개소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9곳으로 늘었다. 실제로 캔 생산 설비를 제작하던 한 기업은 이차전지 셀케이스 생산 설비 제작으로 사업을 전환, 전통 제조업에서 미래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산업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공약으로 밝힌 HMM 부산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데.

▶수십 년간 부산에서 물류업을 해오면서 늘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부산에는 세계적인 항만 인프라와 더불어 수많은 포워딩·물류기업이 집적돼 있으나, 정작 HMM과 같은 대형 해운선사는 서울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매번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은 마르세유 항만을 본거지로 삼아 글로벌 물류를 지휘한다. 현장에서 바로 의사결정을 하고,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부산상의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HMM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이전 이슈와 맞물리면서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수용했다. 현장의 문제의식이 정책으로 연결된 것이다. 현재는 HMM 주주총회에서 이전이 논의되는 단계까지 왔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전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그 성과가 근로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정주 여건, 교육, 주거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세심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부산상의는 두 차례 해수부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톤세 영구 적용, 본사 이전 시 양도차익 과세 유예,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 패키지를 건의했다. 앞으로도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목표와 남은 임기 동안의 추진 과제는.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내려왔고, HMM 이전이 주주총회 테이블에 올랐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북극항로 시대를 위해 달리고 있다. 이런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지는 시기가 또 올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다. 남은 임기 동안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완성하겠다. 먼저 HMM 이전이다. HMM이 부산에 뿌리내리면 다음 기업들이 따라온다. 그 선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는 산업 전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걸 기업들도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바꾸느냐’다. 그 답을 더 많은 기업과 더 빠르게 찾아내겠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오고 싶고, 사람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거다. 오는 6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주 여건 개선, 법인세 지역별 차등 적용을 핵심 축으로 한 경제계 정책 과제집을 후보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상의 회장 취임 때 제가 한 말이 있다. 현장 중심, 기업 중심, 실행 중심. 그 원칙대로 끝까지 움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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