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의 아픔·치유의 여정… 스크린에 담다

유상현기자 2026. 4. 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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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금소마을 산불 상처 그린
애니메이션 ‘그을린 돌, … ’
전주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산불 이후 공동체 회복 서사
스톱모션으로 소박하게 담아
산불이 휩쓸고 간 금소 마을에 남겨진 검은 돌의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그을린 돌, 데구르르' 스틸 컷 장면. 안동시 제공

"거대한 불길이 휘몰아친 뒤, 그곳에 남겨진 검은 돌은 갑자기 낯설어진 마을의 풍경에 어리둥절하다. 이내 두리번거리던 검은 돌은 슬슬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지난해 경북 북부를 휩쓴 대형 산불의 상실과 치유 과정을 고즈넉한 안동 금소마을의 풍경 속에 담아낸 로컬 애니메이션 '그을린 돌, 데구르르'가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공식 진출했다. 소박하지만 묵직한 지역의 서사를 담아낸 이 작품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넬 예정이다.

이 작품은 사단법인 국가무형유산 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가 주관하는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인 '2026년 생생 국가유산 사업'의 하나로 제작됐다. 지역 문화유산 현장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국내 대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역 기반 창작물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서진, 김지희 감독이 연출한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산불 이후 남겨진 상실과 회복의 시간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풀어냈다. 재난 이후 흔들린 마을의 일상과 공동체가 다시 삶을 이어가는 과정을 절제된 화면으로 담아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작품의 실험적 형식과 지역 서사의 밀도, 재난을 다루는 정서적 접근을 경쟁 부문 선정 이유로 제시했다. 지역의 현실을 특정 장소성과 연결해 서사화한 점이 주목받았다는 설명이다.

금소마을은 앞서 2024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삼베러버 피라미'로도 영화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국가무형유산 안동포짜기 전통이 이어지는 마을을 배경으로 삼아 지역의 생활문화와 기억을 영상 언어로 옮겼다.

전통 유산이 단순 보존을 넘어 현대 창작물의 소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성과의 의미로 꼽힌다. 안동포라는 생활 유산과 주민 경험이 결합되며 지역 고유 자산이 독자적 콘텐츠로 자리 잡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보존회 관계자는 마을의 이야기와 안동포의 가치가 전국 무대에서 다시 평가받게 됐다며 지역의 경험이 더 넓은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콘텐츠 작업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관객과 먼저 만나고 이후 생생 국가유산 사업 '느린 옷차림, 삼베' 프로그램을 통해 안동 지역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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