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도체발 '노동 슈퍼리치' 시대… 대기업간 격차도 커졌다
비반도체 기업 비용절감 '사활'
용인 등 '셔세권' 신조어도 탄생
반도체관련 학과 경쟁률 '급등'
삼성전자 1억3000만원, SK하이닉스 1억1700만원, 현대차 1억2400만원, LG전자 1억1700만원, 포스코 1억1400만원, 대한항공 1억1300만원. 이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드러난 2024년 1인당 평균 직원 급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이 이어지면서 2년 전까진 엇비슷했던 대기업 간 급여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1억8500만원으로 무려 58%나 증가했고, 삼성전자 역시 1억5800만원으로 2500만원이 늘었다.
그에 비해 LG전자의 지난해 급여는 전년과 같았고, 현대차와 대한항공 등도 1000만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대기업 간 급여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과거엔 대기업-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이제는 같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반도체와 비(非) 반도체 업종 간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발 '노동 슈퍼리치' 시대가 열리면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다.
올해는 그 차이가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이익 추정치는 250조원에서 300조원 수준이다.
250조원을 번다고 가정하면 직원(약 3만5000명) 1인당 받아가는 성과급이 평균 7억원 이상이다. 성과급을 3년간(80%+10%+10%) 나눠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연되는 금액을 고려하면 직급에 따라 10억원 이상도 수령 가능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SK하이닉스 이상의 성과급을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한선 없이 영업이익의 15%를 달라며 파업까지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와의 협상이 난항이지만, 사측 역시 반도체 1위 탈환을 전제로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서 30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사측은 성과급 재원만 무려 45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DS부문 직원(약 7만5500명 기준)들은 단순 계산으로 1인당 6억원 이상을 가져가게 된다.
이처럼 반도체가 '신의 직장'으로 부상하면서 지역 상권은 물론 취업 선호도까지 다 바뀌고 있다. 양사 직원들이 셔틀버스를 타는 용인 수지 등 인근 지역은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억대 성과급에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은 물론 지역상권까지 살아나고 있어서다. 강남, 사당, 잠실, 강변 등도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구직자들은 의사나 변호사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취업하기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계약학과)의 2026학년도 수시 합격선 내신 평균은 1.47등급,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계약학과)의 수시 합격선 평균은 2.68등급으로 2021년(각 3.1등급, 3.25등급) 대비 크게 상승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이 같은 점수대가 사실상 의과대학 합격선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거에는 최상위권 이과생의 관심이 의대나 서울대 공대에 있었다면 지금은 연고대 반도체 계약학과로도 일정 부분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국가 경제를 홀로 견인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반도체는 지난달 전체의 38%를 책임지며 수출 신기록을 견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유가와 수입물가 상승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에 한국의 무역수지는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샐러리맨들 간 괴리 현상은 계속 커지고 있다. 과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사회적인 문제였다면 이제는 대기업 간, 그리고 원청과 하청업체 간 갈등으로 다원화하고 있다.
실제로 상한 없이 성과급 15%를 주지 않으면 파업하겠다는 삼성전자 노조에 이어 현대차 노조는 한 술 더 떠 순이익의 30%를 달라며 파업을 예고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시행으로 원청만큼 성과급을 달라는 계열·하청업체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 등 일부 기업들은 하청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각 노조와 별도 협상해야 하는 처지다.
대기업 노조의 이 같은 성과급 경쟁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57.7에 그쳤다.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커질수록 협력사 대금 인상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협력사 근로자의 처우 개선 정체로 이어지면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더욱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계에서는 구시대적 임금체제에 과도한 성과급 일률 지급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그렇잖아도 뒤쳐진 생산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 발표한 '임금과 노동생산성 추이,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성은 6만5000달러로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야 고용유지 및 창출, 공정한 배분도 가능하다"며 "연공 중심의 속인적 임금체계에 기반한 성과급 체계를 하루빨리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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