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 로봇 시대, 이제는 '삶의 기술'을 가르칠 때

차성수 2026. 4. 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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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성수 문화와미래연구원 대표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도하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의 외형과 지능을 완벽히 모방한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는 순간 우리가 신성시해온 '노동'의 가치는 근본부터 뒤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미 인간의 예측 범위를 넘어섰고, 사회 구조와 체제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AI 로봇 혁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생산 수단의 소유와 노동의 대가로 유지되던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체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교육적 관점이 머물러 있다. AI와 로봇으로 인한 변화는 단순히 우리가 활용할 기술들이 생겨나는 것에 머무르지 않으며, 사회체제 대변혁과 인간 삶 자체에 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교육 현장은 여전히 지금까지의 지식 주입의 관성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근대 교육은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표준화된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작금의 입시와 교육 과정 또한 직업 현장에서 소모될 지식 파편을 주입하는 틀에 완고하게 갇혀 있다. 하지만 곧 로봇이 모든 물리적·지적 노동을 대체한 세상에서 오늘날의 '직업 교육'은 그 효용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식의 총량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된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는 이제 교육의 목적을 지식의 전수가 아닌 '놀이', '예술', '공존'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로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놀이가 노동을 벗어나는 것 자체, 상품으로 존재하는 놀이로서 소비적 유희에 불과했다면, 미래의 놀이는 자본주의 굴레를 벗어나 삶을 진정으로 향유하고 내면의 재미를 발견하는 능동적인 '생의 활동'이 되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팔고, 번 돈을 쓰기 위해 다시 시간을 낭비하는 닫힌 구조를 깨고, 물질적 소비 없이도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일굴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이 짊어져야 할 첫 번째 과업이다.

나아가 예술은 더 이상 미적 감각을 익히는 선택적 취미가 아니라, 마르크스가 경고했던 '소외된 노동'으로부터 자아를 구출하는 유일한 해방구가 되어야 한다. 상품 가치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표출하고 실현하는 과정으로서의 작업 행위야말로 진정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예술은 시장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실현하고, 진정한 자기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또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공존하는 방법을 익히는 일은 미래에도 인간에게 여전히 필요한 일이다. 타인과 연결되고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정치적 역량'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일이고,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여전히 지식 습득과 경쟁만을 강요한다면 그들을 기술의 파도 앞에 무방비로 내던지는 꼴이 될 것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지금 당장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풍요로운 기술의 시대에 오히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유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며, 이들에 대한 교육은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한 일이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해안가에 서 있다. 기술이라는 해일이 노동이라는 방파제를 넘어올 때, 우리는 아이들에게 거친 파도를 타는 법과 그 파도 너머의 아름다움을 응시하는 법을 가르쳐야만 한다.

노동의 시대가 저물면 각자의 삶을 예술로 만들어갈 수 있는 인간들로 가득 찬 세상이 오게 된다. 교육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차성수 문화와미래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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