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전 벌이며 트럼프 연회장 코앞까지 갔다… '보안검색 부실' 논란

박지연 2026. 4. 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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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산탄총, 권총, 칼 무장 진입 시도
피격 비밀경호국 요원, 방탄조끼 덕 무사
"보안검색 부실" 증언·보도 잇따라
25일 미국 워싱턴 힐튼 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WHCD)에서 총격이 발생한 뒤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을 대피시키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31)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가 열린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산탄총과 권총, 흉기로 무장한 채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연회장으로 향하려다 체포됐다. 연회장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백악관 출입기자 등 약 2,600명이 참석해 있었다.

이날 힐튼호텔은 개방돼 있었으며, 연회 참석 티켓이나 호텔 숙박권을 제시한 경우 별도 검문·검색 없이 연회장 바로 앞까지 출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힐튼호텔의 투숙객이었다. 특히 보안검색대도 호텔 입구가 아닌 연회장으로 향하는 통로 직전에 설치돼 용의자의 접근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15분쯤 워싱턴 힐튼호텔 대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장 앞쪽 헤드테이블에 앉은 그는 웨이자 장 CBS방송 기자와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영리 공공방송사 C-SPAN 생중계 영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 후 국가 연주 의식이 끝난 오후 8시 34~36분쯤 접시와 잔 부딪히는 소리를 뚫고 만찬장 바깥에서 5~8번의 총성이 들렸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총성을 듣고) 쟁반이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연회장 앞까지 갔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총격 사건 용의자의 사진을 공개했다. 뉴시스·트럼프 미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이 호텔 로비에서 만찬 행사가 열린 연회장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추가로 초대장 확인과 금속탐지기 검색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호텔 로비와 연회장을 연결하는 중간층인 테라스층 접근은 호텔 투숙객에게도 별도의 보안 검색 없이 허용됐다. 이에 따라 용의자는 이 허점을 이용해 테라스층으로 우회해 보안검색대 앞까지 향한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는 보안검색대에 다가서자 달려들며 총을 발사했다. NBC방송은 이 과정에서 용의자와 비밀경호국 요원들 간 총격이 있었으며, 요원들은 1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용의자를 제압해 땅에 눕혔다고 전했다. 한 요원이 피격됐지만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힐튼호텔 내 보안 검색 절차에 일관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참석자는 우산을 소지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검색대 옆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지만, 다른 참석자는 우산을 들고 입장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총격 사건 2시간여 뒤 기자회견에서 "그곳은 특별히 안전한 건물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총격 사건이 백악관 연회장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비밀경호국이 용의자에게 대응하는 영상과 구금된 한 남성이 바닥에 누워있는 사진을 연달아 게시했다. 그러면서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기관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며 "총격범은 체포됐고 영부인과 부통령, 모든 각료는 무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백악관출입기자단 만찬은 30일 이내 재개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미국 방송뉴스와 SNS에선 백악관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했던 턱시도와 드레스 차림의 기자들이 상기된 얼굴로 긴박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총격이 벌어진 보안검색대 근처에 있던 울프 블리처 CNN방송 기자는 만찬장으로 돌아가다가 용의자가 최소 6발 이상 총을 쏘는 장면을 몇 피트 거리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범인이 바닥에 엎드린 채 총격을 가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 즉시 한 경찰관이 나를 바닥으로 밀쳐 넘어뜨렸다"고 회상했다. 총격범 주변 인물들을 잠재적 용의자 또는 피해자로 보고 그곳에 있던 모두를 남자화장실로 데려갔다고 했다. 블리처는 "화장실에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던 남성 15명가량이 더 있었다"고 전했다.

연회장 내부에 있던 CNN방송의 제이크 태퍼는 총성 소리는 듣지 못했고 경호원들이 통로를 따라 급히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고, 모두가 극도로 동요하며 불안해했다"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기자 존 로버츠도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총을 꺼내 들고 달려왔다"며 "이런 일은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참석자들이 "이동해(Move, move!)"라고 소리를 지르며 대피했다고 증언했다.

샌프란시스코=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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