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황색 포퓰리즘, 양극화 심화시켜, 당장 폐기해야”

김홍수 경제 에디터 2026. 4. 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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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원청,하청 노조 ‘교섭 분리’탓
3자 간 조정, 타협 공간 전혀 없어
‘노사관계 사법화’로 고비용 초래
노동 양극화 해소 출발점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 기득권 타파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엔 원청 기업과 원청, 하청 노조 3자 간 이해 관계를 조정하거나 타협할 공간이 전혀 없다"면서 "(일단 시행하고 문제 있으면 고치면 된다는 식으로) 정책을 실험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장경식 기자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을 시행한 지 한 달여 만에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원청 기업에 대한 하청 노조의 단체 교섭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공공 부문 하청 노조들은 실제 사용자가 정부이니 “대통령, 장관 나와라”고 외친다. 민주노총은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원청 기업 상대 교섭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라고 부추기는 형국이다.

대기업 포스코가 하청 기업 근로자 7000명 직고용을 결정했지만, 하청 기업 노조는 “별도 직군 설정은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고, 정규직 노조는 “(직고용에 따른) 정규직의 불이익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일찌감치 노란봉투법을 ‘황색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온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에게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해법은 무엇인지 물었다.

-포스코가 하청 근로자 7000명 직고용을 발표했지만, 원청·하청 근로자 간 갈등 탓에 딜레마에 빠졌다.

“취업 경로가 다르고, 자격도 차이가 있어 별도 직군으로 가는 게 합리적인 해법이다. 노조가 그 정도는 수용해야 진도가 나갈 수 있는데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될까 봐 안타깝다.”

노란봉투법의 구조적 결함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노조법 2조와 3조의 개정(노란봉투법을 지칭) 취지는 노동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원청 사용자, 원청 노조, 하청 노조 등 3자가 함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할 공간이 어디에도 없다.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을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각각 따로 하도록 ‘교섭 분리’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청 노조는 자기네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지 않나. 이런 구도에선 노동 양극화가 완화는커녕 심화될 수 있다.”

-오히려 심화시킨다니 왜 그런가.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극도로 제한해 놨다. 노동계에서 파업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곳이 어디냐. 조직력이 좋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들이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부문은 노조가 없는 곳이 많고 조직률도 낮다. 이런 비대칭 구조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초기업 교섭’은 무슨 의도?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이 “노란봉투법은 ‘초기업 교섭’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원청·하청 노조랑 한꺼번에 교섭하는 장치를 말하는 거 아닌가.

“성과급 요구를 내세우며 파업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 노조 경우처럼 ‘그들만의 리그’ 결성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재명 정부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명확히 밝혀라’고 언론에서 채근이라도 하면 좋겠다.”

-산별 교섭 형태(지역별, 업종별 단체교섭 포함)를 염두에 둔 것 같다.

“현행법에서도 산별 교섭은 가능하다. 기존 노조에서 일정한 절차를 거쳐 조직 변경을 하면 된다. 그런데 생각해 봐라. 기업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있고 근로자 처우가 상당히 다르다. (산별 교섭을 하려면) 상당한 조정과 절충이 필요한데, 고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 노조들이 기득권을 양보하겠느냐. 사용자 측에서는 ‘교섭 질서’가 바로 잡히기 전에는 호응하기 어렵다고 본다.”

-교섭 질서는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

“산별 교섭 후 개별 기업 교섭도 따로 하고, 연대 차원에서 동시다발적 파업도 하는 식은 안 된다. 우선 교섭 질서를 확고히 하고, 그 과정에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준법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섭 질서와 관련한 노란봉투법에서의 문제점은?

“사용자의 개념과 파업 대상을 광범위하게 확대하였는데 그 내용은 추상적이다.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용자성 판단 등 노동위원회를 거치긴 하지만 결국은 법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을 거다. ‘노사관계의 사법화’가 우려된다.”

‘노사관계의 사법화’ 고비용 초래

-노사관계의 사법화는 왜 문제가 되나.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은 ‘노사 자율’이다. 그래서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정하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자율이 아니라 법원이 규율하는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법원으로 가면 3심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너무 많이 소요된다. 기업의 의사 결정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경영에도 큰 부담이 된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은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아니다. 이외의 입법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관련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종전엔 노조의 불법 파업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형사처벌’로 대응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도 있고 해서 노무현 정부에서 ‘손해배상 청구’로 바꾼 것이다. 이후 노동계에서 손해배상 청구 금지까지 요구한 것인데, 노조가 집단행동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 배상을 위한 재판 청구도 못 하게 막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법률가 출신 노무현 대통령도 지나친 요구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당시 노동부 장관으로서 국회 본회의에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금지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연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했던 것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란봉투법을)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고 말했다.

”정책 당국자는 책임 있는 언동을 해야 한다. 정책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산업 현장에 혼란을 일으킨다. 원칙을 벗어난 것이면 고쳐야 한다. 지금이라도 황색 포퓰리즘의 폐기를 포함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유럽식 ‘플렉시큐리티 모델’ 유용

-노란봉투법 방식 말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풀 해법은 뭔가.

”양극화 해법을 ‘격차 해소’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그 맥락에서 이런저런 해법을 모색하는데, 현실에선 작동이 잘 안 된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강고한 기득권 구조와 상호 간 소통 부재라는 ‘동맥 경화 현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1980년대 서유럽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면서 고용 안정도 도모한 유연안정성(flexicurity) 정책을 참고할 만하다. 노동시장의 활력을 더 높여야 양극화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유연안정성(Flexicurity)은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전성(Security)의 합성어로, 기업의 고용·해고 자유도를 높이는 동시에 실업 시 높은 수준의 실업 급여 제공, 직업 훈련 및 재취업 알선 등 각종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여 노동자의 생활 안정성을 높이는 1980년대 덴마크 등 서유럽식 고용복지 모델을 의미한다.

기간제 3~4년 늘리기, 해법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기간제 근로자를 지적하면서 ’2년 고용 금지법‘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3년, 4년으로 늘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입법 당시 노동시장에서는 근로자의 역량 검증과 결부되어 3년 차부터 정규직 전환이 가시화되는 걸로 파악되었다. 그래서 3년을 기준으로 삼으려 했는데, 노동계에서 1년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 정치적 절충으로 2년이 된 거다. 지금 와서 3년으로 늘린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노동시장의 활력을 살려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후속 조치들이 다각도로 취해져야 한다.“

대기업 과도한 임금 인상이 노동 양극화 초래

-외환위기 이후 IMF(국제통화기금)의 강요로 이뤄진 노동개혁이 비정규직 급증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맞는 진단인가.

”아니다. 경영위기 상 정리해고 조항만 도입됐을 뿐 노동 개혁은 손도 못 댔다는게 진실에 가깝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역사적 배경은 이렇다.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조의 조직화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이후 대기업들이 노사 문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임금 인상 등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했다. 이로 인한 재무 구조 악화는 이자가 싼 외채를 빌려 오는 것으로 구멍을 메우다 외환위기를 맞았다.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부담을 덜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점점 더 늘려 오늘날 이런 상태가 된 것이다.“

-노동계에선 ‘정년 65세 일률 연장’을 주장하는데.

”과거 60세 연장 때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그때 임금체계 수술을 함께 하는 식으로 가야 했는데, 뼈아픈 실책이 있었다. 일본에선 (정년 연장을) 법으로 먼저 접근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은 알아서 재고용하는 시장의 움직임을 좇아서 법으로 뒷받침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정치인들이 시장과 싸우려고 하는데 그래선 안된다.“

-노사문제 해결의 롤 모델로 삼을 나라는 없나.

”어느 한 나라를 콕 집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잘 대응한 모범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서유럽 선진국들의 플렉시큐리티 모델이 그런 사례 중 하나고, 정년 연장 해법은 일본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김대환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학계·관계·법조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일자리연대’의 창립멤버, 상임대표를 거쳐 명예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기업 노조가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파업에 따른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말한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사태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액 청구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노란색 봉투’로 모금 운동을 벌인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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