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책상에 모니터 3대씩 놓고…사내 바리스타까지 AI 학습
금요일마다 AI 학습 시간 부여 등
개별 역량 높여 효율성 제고 목표
직원들, AX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일각 “조직 생산성과 무관” 주장
일자리 위협 우려에 불안 토로도

기업간(B2B)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웹케시는 모든 개발자 데스크에 모니터를 3대씩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업무를 보는 모니터 외에 다른 모니터에서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작동된다. 나머지 모니터에서는 바이브코딩 등 작업이 이뤄진다. 모니터 3대를 설치할 공간을 재조성하는 데만 4000만 원이 투입됐다. 최근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탈바꿈을 선언한 웹케시는 직원부터 업무 중 AI를 적극 활용해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AI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기업까지 지금 AX 시기를 놓쳤다가는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다만 직원들은 AX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한다. AI가 노동시장을 강타하기 시작한 만큼 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토스와 티맵모빌리티는 매주 금요일 전사적으로 AI 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토스는 이달 10일부터 매주 금요일 ‘AI 서프(Surf)데이’를 열고 희망자에 한해 업무 대신 AI를 활용해보도록 하고 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비개발자인 직원들이 자유롭게 AI 관련 모임을 결성하고 AI를 배우고 결과물을 만든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매주 금요일 오후를 ‘AI 시프트(Shift)데이’로 정하고 전 직원이 AI를 학습, 실습하도록 운영 중이다.
AI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의 운영사 채널코퍼레이션은 최근 전 직원이 앤스로픽의 AI 서비스인 클로드에서 토큰(데이터 처리 단위)을 무제한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회사가 올해 2월 말 직원들에게 클로드의 프리미엄 플랜 등급을 제공했지만 토큰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아예 제한을 풀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코딩 경험이 전혀 없던 사내 카페 바리스타까지 바이브코딩으로 키오스크 주문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이경훈 채널코퍼레이션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직원 한 사람당 AI 비용이 해당 인건비를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개인의 생산성이 두 배 이상 향상되는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토큰 사용을 제한할 경우 새로운 시도가 줄 수 있어 현재로서는 토큰 사용을 제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신세계I&C는 올해 사내 목표로 ‘1인 1 AI 에이전트 제작’을 정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DX도 3월부터 AI 기초부터 AI 에이전트 기획 설계 개발까지 학습하는 ‘AX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반기까지 약 400명의 AI 에이전트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중견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은 직원들이 만든 AI 에이전트의 생산성을 평가하고 기준 미달 시 퇴출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직원 인사평가에 AI 활용지수도 반영된다. 건설기초소재기업인 삼표그룹은 임직원이 래미콘 압축강도 조기예측, 물류 실시간 배차 최적화 등 현장 문제를 AI로 해결하도록 ‘사내 AI 포상제도’를 내걸었다.
국내 기업들이 일제히 AX에 승부수를 건 데는 제때 AX를 하지 않다가 뒤쳐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 시장을 지배했던 어도비, 오라클 등 기업까지 흔들리고 있다. 각종 업무에 AI를 접목해 직원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생산성, 효율성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와 스마트폰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혁신을 이끌 수 있었던 건 개인 단위에서 활발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AI 에이전트도 시장 판도를 또 한 번 흔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개인의 AI 역량 강화가 회사 전체 생산성 향상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직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AX를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발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가 큰 점도 숙제다. 실제로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는 AI로 단순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상당 규모의 인력을 해고하고 있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장은 “잘 개발된 AI 에이전트는 해당 직원이 퇴사해도 회사는 상관없을 정도로 발전할 것”이라며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주니어뿐만 아니라 시니어도 대체되고 최종적으로 자본가 등 의사결정권자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의 AX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인공지능·데이터정책연구센터장)는 “결국 몇몇 직업은 AI가 대체할 텐데 이에 대비한 재교육을 기업들이 지금 해주고 있는 셈”이라며 “AI로 하위직은 대체되고 그 효율성은 상위직이 느끼는 구조가 형성되는데, 이 때 사람들에게 덜 충격이 가해지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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