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前 레이건 총맞은 호텔서 … 총격범, 보안검색대 향해 돌진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2026. 4.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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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총격 사건 재구성
백악관 기자단 만찬 난입하려
용의자, 총·칼 들고 전력질주
요원들과 총격전 후 제압당해
트럼프 식사중 총성에 화들짝
보안요원들 경호 속 긴급피신
"링컨 같은 인물이 암살 대상"
트럼프 기자회견서 건재 과시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주최 만찬 장소 바깥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31)이 워싱턴DC의 워싱턴 힐튼 호텔 연회장 진입을 시도한 것은 이날 오후 8시 36분께였다.

수사당국 브리핑에 따르면 그는 산탄총과 권총, 여러 개 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만찬이 진행되는 인터내셔널 볼룸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용의자는 검색대를 통과하며 총을 발사했고, 이후 보안요원과 총격전 끝에 제지됐다.

총격 과정에서 미국 비밀경호국 소속 요원이 방탄조끼를 입은 채 총상을 입었고, 치료를 위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용의자는 별도의 총상을 입지 않았으며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웃옷이 벗겨진 채 바닥에 엎드려 있는 용의자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만찬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무대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기 집권 기간을 통틀어 이 행사에 처음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총성이 들리자 다급히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숙였고, 보안요원들에 의해 무대 뒤편으로 빠져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가 체포된 이후 행사 연설을 강행하고자 했지만 수사당국의 조언에 따라 백악관으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30여 분 뒤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성이 들렸던 당시 상황에 대해 "쟁반이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면서 "꽤 멀리서 들렸다. 그는 우리 구역에 전혀 침입하지 못했다. 보안요원들이 그를 확실히 제압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상을 입은 비밀경호국 요원과 관련해 "매우 강력한 총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총격을 받았지만, 방탄조끼가 제 역할을 해냈다"며 "방금 그 경관과 통화했는데, 상태는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받아 총알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상처를 입었다. 두 달 뒤인 9월 15일에는 플로리다주 소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두 번째 암살 시도를 겪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왜 암살 시도가 자주 일어나는 것 같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신이 암살 사건을 공부해왔다며 "에이브러햄 링컨(전 미국 대통령) 같은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가장 큰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암살범)이 노리는 대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나라를 이끌었고, 수년간 조롱거리가 됐던 우리가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가 됐다"며 "우리는 이 나라를 바꿨고, 그걸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용의자가 범행 동기를 언급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그런 일을 저지를 만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단독범으로 추정되며, 그가 대통령과 다른 내각 구성원들이 있던 연회장 방향으로 달려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거론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백악관 볼룸(연회장)'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백악관 볼룸 건설을 중단해달라는 미국 역사보존협회(NTHP)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우리가 백악관에서 계획하는 모든 요소를 갖춰야 하는 이유"라며 "백악관 연회장은 더 넓고 훨씬 안전하다. 드론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방탄유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비밀경호국과 군이 그곳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함께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링컨 전 대통령과 이란 전쟁, 백악관 볼룸 건설 등을 거론한 것은 그가 이번 사건에서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기 행정부 들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힐튼 호텔은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총격을 당했던 장소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당시 이 호텔 인터내셔널 볼룸(WHCA 만찬이 열린 곳과 같은 장소)에서 연설을 마치고 VIP 전용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간 뒤 당시 25세였던 존 힝클리 주니어에게 총격을 당했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수술을 받았다. 당시 사건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격 사건으로 중단된 WHCA 만찬을 30일 이내에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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