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0대가 80대 치매노인 돌보는 시대 … 2035년엔 요양보호사 40만명 부족

김금이 기자(gold2@mk.co.kr), 조병연 기자(cho.byeongyeon@mk.co.kr), 이대현 기자(lee.deahyun@mk.co.kr) 2026. 4.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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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老老케어'… 보건사회硏 돌봄인력 전망
요양보호사 60대이상 70%
시급제로 센터 2~3곳 뛰어
힘쓰는 일 하다 부상도 잦아
통합돌봄 시행에 인력난 가중
젊은인력 수혈 늘리려면
월급제 전환 처우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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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인천 남동구에 있는 A요양원. 60대 요양보호사들이 고령 치매환자들의 점심 식사를 돕느라 분주하다. 요양보호사 박 모씨(65)는 "밥을 거부하는 어르신도 많아 잘 타일러서 떠먹여드리고 있다"며 "식사 중에도 목에 걸릴 수 있으니 한눈팔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2.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한 요양원도 요양보호사 5명 모두가 1960년대생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60대 요양보호사 B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사람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로 돌봄이 필요한 노년층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035년에는 110만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낮은 임금 수준과 열악한 처우 등에 '기피 직종'이 되면서, 젊은 인력을 유인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돌봄인력 수급 전망 및 추계를 위한 기초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필요한 요양보호사 규모는 109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요양보호 분야 종사자 규모는 약 70만명인데, 향후 40만명 이상의 신규 인력이 필요해진다는 분석이다.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 수는 올해 116만4000명에서 2035년 174만90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를 기반으로 시설 입소자가 20%, 집에 머무르는 재가 수급자가 80%라고 가정해 추산한 결과다.

특히 지난달부터 전국에서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되면서 현장에선 돌봄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요양보호사나 간호사가 집으로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 시설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보사연에 따르면 시설의 경우 요양보호사 한 명이 2.1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는데, 재가는 보호사 한 명이 노인 약 1.5~1.6명을 담당한다.

돌봄인력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현장에선 젊은 층 신규 인력 유입이 사실상 멈춰 있다. 대부분의 요양시설이 60대 이상 고령층 요양보호사 인력에 의지하는 '노노케어'가 보편화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요양보호 분야 종사자 68만8063명 중 68.8%인 48만389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집계됐다. 70대 이상도 약 12만명을 넘어섰다.

요양보호사의 고령화로 근로 능력이 떨어지고 힘을 쓰는 일을 하다 다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경기 부천시의 한 요양원 원장은 "어르신들이 섬망 증세를 보일 때 대처하기가 특히 어렵다"며 "가만히 있던 노인이 갑자기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할 때도 있는데, 60대 여성인 요양보호사 2~3명이 붙잡고 말려도 저지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남양주시 요양원 관계자도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경험 많고 책임감도 강하지만, 연세가 있다 보니 신체적으로 힘든 업무에는 한계가 있다"며 "젊은 인력이 들어와야 서비스 질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돌봄 시행으로 돌봄인력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통합돌봄은 고령자가 병원이나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돌봄·의료 등을 연계하는 서비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통합돌봄 본사업 시작 후 2주간 9000명가량의 신청이 몰렸다. 정부는 올해 통합돌봄 예산으로 914억원을 투입하고, 전담 인력 5346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읍·면·동 및 보건소에서는 대부분 겸임을 하고 있어 업무가 과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이후 신규 인력 배치가 예정돼 있지만, 기준인건비가 묶여 있어 인력난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세종시에서 5년째 근무 중인 사회복지사 이 모씨(55)는 "요양보호사는 오전·오후로 나눠서 시급제로 일하는데 최저임금 수준의 수당을 받는 구조라 하루에 2~3개 센터를 뛰는 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급제 계약이 일반적이라 직업 불안정성이 크고,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시급은 매년 복지부가 정하는 장기요양보험료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다. 각종 구인사이트에서는 최저시급인 1만320원을 조건으로 올려놓은 요양보호사 모집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사자들은 요양보호사의 업무체계를 전문화해 부담을 덜고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해서 처우를 보장하는 방안 등을 요구 중이다.

복지관 등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경우 호봉제로 일해 처우가 상대적으로 낫지만, 인력난은 마찬가지다. 세종시 종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김 모씨(40)는 "5명으로 이뤄진 팀에서 100명이 넘는 어르신을 위해 식사 지원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돌봄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전문가,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이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3년마다 시행하는 정기 조사로, 결과는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김금이 기자 / 조병연 기자 /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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