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 "코인거래소 상장" 채팅방도 기사도 모두 가짜였다
SNS에 봉사·투자유치 미끼
있지도 않은 수익 보여주고
상장 공지 올리며 신뢰 쌓아
사이트 기습 폐쇄하고 잠적
피해자들 "8천명 수천억 털려"

2024년 말 활동을 시작한 브릴리언스팀 일당은 올해 4월 초까지 약 1년5개월간 최대 8000명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이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봉사 활동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허황된 내용의 언론 보도를 통해 신뢰를 쌓았다. 그렇게 1년여간 피해자들에게서 수천억 원을 탈취한 일당은 지난 1일 돌연 잠적했다.
지난해 4월 브릴리언스팀의 사기에 휘말린 이효준 씨(52·남성)는 총 1억2000만원을 잃었다. 처음 일당을 소개받은 곳은 한 봉사 관련 오픈채팅방이었다. 익명의 채팅을 통해 처음 브릴리언스팀의 봉사 활동 기사를 접한 이씨는 금세 브릴리언스팀을 신뢰하게 됐다. 이후 이씨는 '좋은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유혹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 초대됐다. 해당 채팅방에서 이씨는 브릴리언스팀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받으며 투자를 권유받았다. 이씨는 "앱을 깔자마자 '투자하라'며 60만여 원을 그냥 줬다"면서 "유명한 외국계 투자 회사가 국내에 세운 비영리 단체라고 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릴리언스팀이 언급한 외국계 투자회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로맨스스캠 형태로 피해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브릴리언스팀에 속아 5000만원을 잃었다는 김성준 씨(57·가명)는 평소 해외 봉사 활동 등 일상 소식을 SNS에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2024년 12월 김씨는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여성에게 처음 메시지를 받았다. 서로의 직업과 일상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은 지 4개월여가 지날 무렵 이 여성은 브릴리언스팀의 봉사 활동 소식과 함께 이들이 개발했다는 이른바 'AI 코인' 투자를 권유했다. 김씨는 "앱 출시 초창기 무료로 제공된 500달러(약 73만원)를 받아 투자했다"며 "예치만 했는데도 높은 수익이 발생해 쏠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익금이 커지자 김씨는 입사 7개월 만에 직장까지 그만뒀다.
점차 커져가던 욕심에 불을 지른 것은 '상장 예정'이라는 브릴리언스팀의 거짓 공지였다. 지난 2월 브릴리언스팀은 "A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브릴리언스팀의 전용 SNS '타이탄톡'에는 회원들이 앞다퉈 자신의 거액 스테이킹 기록을 자랑삼아 올렸다.
이때부터 김씨는 카드론 대출을 알아봤다. 다른 회원들에게 질세라 월급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2700만원을 여러 카드 회사에서 대출받아 투자했다. 김씨는 "타이탄톡에서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스테이킹 기록을 보며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상을 감지한 것은 지난 3월 초였다. 김씨 권유로 같이 투자하게 된 지인이 "앱에서 돈을 찾으려는데 3~4일이 지나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연락한 것이다. 당황한 김씨가 본인 투자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 무렵 브릴리언스팀 앱에는 "내부 직원이 돈을 횡령해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고객들의 수익은 해외 자산 수익이니 투자금의 20%를 입금하라"는 공지문이 올라왔다. 5000만원을 눈앞에서 잃게 생긴 김씨는 '세금을 내면 투자한 돈이라도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지만, 이미 카드론까지 끌어당긴 탓에 수백만 원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지난 1일 모든 브릴리언스팀 관련 앱과 웹사이트가 일순간에 접속조차 불가능해졌다.
경기 오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정현 씨(43·가명)는 브릴리언스팀에 속아 '내 집 마련' 꿈을 접어야 했다. 수년 전 5억원대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올해 말 입주 예정이던 서씨 역시 SNS상 익명 메시지를 통해 처음 투자를 권유받았다. 이후 브릴리언스팀을 검색했는데 각종 인공지능(AI) 요약 서비스는 브릴리언스팀을 '혁신 기술 추진' '사회공헌 단체' 등의 키워드로 소개했고, 이를 신뢰한 서씨는 2000만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조금씩 수익이 발생하자 서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제1금융권에서 1억3000만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서씨는 그간 투자했던 1억5000만원을 눈앞에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 입주도 불투명하게 됐다. 서씨는 "출금이 가능할 때 의심을 놓았던 것을 크게 후회한다"고 말했다.
[조병연 기자 /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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