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만찬 행사 시작 30분 만에 아수라장···긴박했던 ‘VIP’ 대피 순간

25일(현지시간) 재임 중 처음으로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격 사건으로 긴급 대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된 행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쯤 워싱턴 힐튼 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 입장했다. 샐러드가 제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8시35분쯤 총성이 울렸고,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무대로 뛰어올랐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5~8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처음 총성을 듣고 “저녁 식사용 접시가 가득 담긴 쟁반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총성이 울린 직후 J D 밴스 부통령을 무대에서 급히 대피시킨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내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틀거리며 잠시 주저앉았지만, 요원들의 부축을 받아 무대 아래로 이동했다. 이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호텔 내 안전한 공간으로 대피했다.
총성이 울리고 무장한 요원들이 연회장으로 진입하자 수백명이 바닥에 엎드려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 현장에서는 “길을 비켜달라” “몸을 숙여라”는 외침이 이어지는 혼란이 벌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 경찰과 헬리콥터가 건물을 에워쌌다. 이어 현장에 있던 기자 수백명이 취재를 위해 경찰에 전화하거나 생중계를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 국장,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등 고위 행정부 관리들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툴시 가바드 국가정보국장, 숀 더피 교통장관,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총격으로 사망한 미국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가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영상도 SNS에 게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17분 트루스소셜에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기관은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다. 총격범은 체포됐다”고 썼다. 이어 오후 9시37분 “당국의 규정에 따라 현장을 즉시 떠나고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30분 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며 “30일 이내에 행사를 다시 열겠다”고도 썼다.

한때 행사의 재개를 두고 주최 측의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CBS 기자인 웨이자 장 WHCA 회장이 무대에 올라 행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알렸으나, 오후 9시40분쯤 행사가 취소됐다고 다시 공지했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장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고 CNN에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경호국의 권고에 따라 오후 9시45분쯤 경호원과 기자단을 대동하고 호텔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 후 오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용의자가 캘리포니아 출신의 콜 토머스 앨런(31)이라고 밝히며 “매우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기관의 신속한 대응은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앨런은 행사장 밖 검색대를 지키고 있는 보안 요원들을 지나쳐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제프리 캐럴 워싱턴 경찰청장 대행은 그가 산탄총, 권총, 칼 여러 자루로 무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호텔 입구에 금속 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총격 사건이 경호 체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HCA는 미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를 알리는 의미에서 1921년부터 연례 만찬을 개최해왔다. 이 행사에서는 예비 언론인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절차 등도 이뤄진다. 1924년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 모두 이 행사에 참여하며 언론과 소통해왔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당시에도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번이 취임 후 첫 참석이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261651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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