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언론 만찬, 총성에 멈췄다… 밤새 봉쇄된 '워싱턴 힐튼' [르포]

권경성 2026. 4. 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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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밤 11시쯤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2.7㎞ 떨어진 '워싱턴 힐튼' 호텔은 경찰과 비밀경호국(SS) 요원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백악관출입기자단이 주최한 연례 만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미국 공영방송 PBS에 따르면 힐튼 호텔은 백악관 기자 만찬 행사가 있는 날에도 투숙객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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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둘러싸인 ‘워싱턴 힐튼’ 현장
백악관출입기자단 만찬장엔 적막만
25일 밤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워싱턴 힐튼’ 호텔 주변에 경찰차가 대거 배치돼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곳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 주최 연례 만찬이 총격범이 행사장으로 진입하려 하는 바람에 중단됐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25일(현지시간) 밤 11시쯤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2.7㎞ 떨어진 ‘워싱턴 힐튼’ 호텔은 경찰과 비밀경호국(SS) 요원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호텔 주변 약 400m 반경에 설정된 보안 경계(security perimeter) 안으로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이 통제됐다. 취재도 허용되지 않았다. 경찰차의 경광등으로 붉게 물든 토요일 심야는 가는 비가 내렸고 쌀쌀했다.

3시간쯤 전만 해도 이곳은 잔치 분위기였다. 백악관출입기자단이 주최한 연례 만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온 적은 있었다. 2011, 2015년이었다. 15년 전 기억은 유쾌하지 않았다. 자기가 속한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를 소재 삼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농담하는 동안 그는 청중석에 앉아 있었다. 2017년 첫 집권 뒤부터는 언론과 불화했다. 집권 1기 4년 내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재집권 첫해인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통령 자격으로 백악관출입기자단 만찬 자리에 나타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25일 밤 미국 워싱턴 시내의 ‘워싱턴 힐튼’ 호텔 주변을 경찰이 보안 경계 구역으로 설정한 뒤 보행자와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흥분은 불과 30분 정도 만에 식었다. 지하 만찬장 외부 보안 검색 구역에서 산탄총으로 무장하고 칼도 몸에 지닌 괴한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고 SS 요원에게 총을 쐈다. 미국 공영방송 PBS에 따르면 힐튼 호텔은 백악관 기자 만찬 행사가 있는 날에도 투숙객을 받아 왔다. 행사장에 입장하려 하지 않는 한 그들은 보안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당국은 용의자가 호텔 투숙객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총성이 울린 뒤 트럼프 대통령은 대피했고 언론인과 유명인, 정·관계 인사 수백 명이 들어차 있던 만찬장은 신속히 비워졌다. 그 자리를 대신 주방위군 병력이 채웠다. 사람들이 나갈 수는 있어도 들어갈 수는 없게 됐다. 수사관들의 증거 수집을 위해 사건 현장이 통제되고 호텔은 봉쇄됐다. 호텔 외부 보안도 삼엄해졌다. 사건 직후 뜬 헬기들이 호텔 상공을 선회하며 현장을 감시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25일 밤 미국 ‘워싱턴 힐튼’ 호텔 앞에서 본보와 만난 마르코 페로나치 주미 이탈리아 대사.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사건 발생 직전 만찬 참석자들은 식사를 즐기며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 11시 30분쯤 뒤늦게 현장을 떠나던 주미 이탈리아 대사 마르코 페로나치는 한국일보와 만나 “만찬장 출입문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밖에서 총성이 몇 차례 울렸고 사람들이 황급히 몸을 숨겼다. 다행히 침입자는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 연설이 막 시작되려던 참에 아주 중요한 저녁 행사(big evening)가 갑자기 중단됐다”고 말했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간 호텔 주변은 차갑고 적막했다. 여흥도 남지 않았다. 취재진도 별로 없었다. 연회 참석자 상당수가 다시 기자로 돌아와 이미 만찬장 내부 상황을 밖으로 전한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해 온 기자들과 어울려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을지도 모를 이날 잔치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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