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미국 기업만 웃는다···3~4월 에너지 수출 역대 최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이후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4일(현지시간) 미 에너지정보청(EIA)을 인용해 지난 한 주 미국의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량이 하루 평균 약 1290만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예년보다 3~4배 증가한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해운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지난 3월 하루 평균 390만배럴이던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이달 들어 520만배럴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달에도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신기록을 세운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원유에 의존하던 아시아와 유럽이 미국산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올해 3~4월 미국의 대아시아 LNG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지난 3월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이 주최한 도쿄 포럼에서 미 기업들은 560억 달러 규모(약 82조 7400억원)의 에너지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은 다음 겨울이 오기 전에 천연가스 저장 탱크를 채우려면 미국산 LNG가 필요하다. 유럽은 또한 전쟁 전 중동에서 수입하던 항공유도 미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전문가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전쟁으로 파괴된 카타르의 LNG 허브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산 가스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적으로 가스를 더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기 때문에 유럽은 좋든 싫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이란 전쟁에 따른 일시적 수요 증가라는 진단도 나온다. WSJ는 “아시아의 정유 시설이 중동산 원유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어 미국산 원유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산 원유에 비해 미국산은 밀도가 낮아 에너지 처리량에 제약이 있다. 경질유는 처리할 수는 있지만, 효율성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중동산 원유에 비해 떨어진다.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의 파룰 박시 연구원은 아시아의 정유 시설을 전면 개편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개조 작업이 필요하며 “설계에만 몇 달이 걸리고 완전히 구현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싱크탱크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와타나베 츠네오 선임 연구원은 해협이 재개방되고 중동 지역의 가격이 정상화되면 “미국산 석유와 가스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시설도 수출 물량 증가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있는 주요 석유 수출 시설은 추가 유조선 적재를 위한 물리적 용량 한계에 근접한 상태로 전해졌다. 시설 확장에는 수년이 소요된다. 유럽연합(EU)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 사태로 에너지 취약성이 재차 드러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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