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m 돌진하다 제압”…투숙객 용의자는 석사 출신 ‘이달의 교사’ [현장]

“오늘만큼은 안 돼(Not tonight)!”
25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워싱턴 힐튼 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으로는 처음 참석해 이목이 쏠렸던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굉음이 울리자 참석자들이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고, 극도의 혼란 속에서 절박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쟁반 떨어진 줄”…총성 인지 못 한 채 시작된 공포
굉음이 울린 직후, 수십 명의 미국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행사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은 총을 빼 들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채 테이블을 뛰어넘어 무대를 향해 돌진했다. 요원들이 길을 터달라고 외치며 돌진하자, 수백 명의 참석자는 식기와 냅킨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다. 행사장 내에선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아 상황 파악이 더욱 어려웠다고 한다.
무대 위 헤드테이블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밴스 부통령은 요원들의 밀착 호위를 받으며 무대 뒤편으로 신속히 대피했다. 현장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내각 핵심 인사 대부분이 참석해 있었다. 미국에서 국가 권력 서열 상위 인사들이 한 공간에 이처럼 밀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총격은 행사장 외곽에 있는 보안 검색대 구역에서 발생했다. 산탄총과 권총, 다수의 칼로 중무장한 괴한이 검색대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고, 즉각 비밀경호국 요원들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가 50야드(약 45m) 밖에서부터 전속력으로 돌진해 왔으나 연회장에는 다다르지도 못했다”며 “비디오에 흐리게 보일 만큼 빠르게 달렸으나 매우 용감한 경호 요원들에 의해 신속히 제압됐다”고 치하했다. 이 과정에서 비밀경호국 소속 요원 1명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흉부에 총을 맞았으나, 방탄조끼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용의자는 총상을 입지 않은 채 요원들의 태클에 넘어졌고 현장에서 수갑이 채워졌다.
헬기·폭발물처리반 투입…용의자는 호텔 투숙객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거주하는 콜 토머스 앨런(31)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가 사건 당일 이 호텔 투숙객이었으며, 범행 동기나 구체적 표적은 아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비에스(CBS)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체포된 용의자가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을 총으로 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앨런은 2017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립대 도밍게즈힐스 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구인·구직 소셜네트워크 링크트인에 본인이 게시한 이력에 따르면 그는 최근 입시 전문 업체 ‘C2 에듀케이션’에서 시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2024년 12월 ‘이달의 교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게임을 출시한 이력도 있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 기록상 2024년 10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대선 캠프에 25달러를 기부한 내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9시 45분께 호텔을 빠져나와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자신이 추진 중인 백악관 무도회장 신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계획 중인 행사장은 드론 방어 시설과 방탄유리를 갖춘 훨씬 안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찬 행사에 대해서는 “30일 이내에 다시 일정을 잡아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힐튼 호텔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암살 시도가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존 힝클리가 호텔을 나서는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해 중상을 입혔으나 수술 끝에 생존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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