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일간의 남미 그리고 120만원으로 8240㎞ … 이들이 여행하는 이유 [여책저책]
집 떠나면 고생이다. 그런데 무려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 가서 800일 넘게 이곳저곳을 누빈 이가 있다. 또 다른 이는 더 무모해(?) 보인다. 120만원에 자전거 하나만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8240㎞를 다녔다. 여책저책은 노동효 작가의 '걸어가자 남미', 정우창 작가의 '그 여름의 아메리카'를 통해 힘듦을 무릅쓰고 여행길에 나선 이유를 만난다.

바람 구두 신은 시인처럼
걸어가자 남미
노동효 지음, 1만8000원
'남미 히피 로드'라는 책으로 주목받았던 작가 노동효가 약 2년6개월, 80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남미 곳곳을 누비며 체류한 경험을 또다시 책으로 옮겼다. 책 '걸어가자 남미: 바람 구두 신은 시인처럼'이다. 저자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머묾'에 가까운 여행 방식, 즉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현지인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장기 체류형 여행'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스스로를 여행자가 아닌 '방랑자'로 정의하며, 낯선 땅에서도 마치 집처럼 살아가는 시간을 통해 남미의 진짜 얼굴을 포착해낸다.
책은 볼리비아 타리하에서 시작해 파타고니아에 이르기까지 남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따라간다. 고산지대 라파스에서는 해발 4000m에서 살아가는 케추아족과 아이마라족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적응력과 생명력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풍경이 만들어낸 시간과 인간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콜롬비아 커피마을에서의 소박한 커피 한잔, 페루 콜카 협곡을 오르내리며 느낀 지구의 '주름', 파라과이에서 만난 케이팝 팬과의 대화 등이 그렇다.
저자의 여행이 좀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하루 평균 10㎞ 이상을 걸었다는 점이다. 그는 걷는 것 자체를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여겼다. 이러한 모습은 독자에게 여행의 본질이 '속도'가 아닌 '밀도'에 있음을 알게 한다.
또한 작품 곳곳에 시적인 문장과 감각적인 묘사가 곁들여지며 보는 재미도 전한다. 안데스 산맥에서 마주한 무지개, 파타고니아의 광활한 자연, 쿠바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노인의 이야기 등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펼쳐져 독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바람 구두 신은 시인처럼'이라는 부제가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의 종착점인 파타고니아에서 저자는 '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끝은 단절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책은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존재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이 책은 느리게 걷고 깊이 머무르며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무모함 깨트린 당찬 도전
그 여름의 아메리카
정우창 지음, 2만원
120만원. 평소에는 단돈이라 부를 수 없는 돈이다. 하지만 여름·겨울방학 동안 총 5개월에 걸쳐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잇는 아메리카 대륙을 자전거로 여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무려 8240㎞다. 턱없이 부족한 단돈임에 틀림없지만 그는 일단 페달을 밟았다. 책 '그 여름의 아메리카-무일푼 청년의 미국·캐나다·멕시코 낭만 자전거 여행'을 쓴 저자 정우창이다. 어쩌면 당연한 순리겠지만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또한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사막에서는 뜨거운 열기를,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서는 끝없는 고통을, 언제 나타날지 모를 맹수 그리고 자연 앞에서는 두려움을, 무엇보다 혼자만의 질주 속에서는 고독을 끊임없이 느꼈다. 여행 중 최고조는 로키산맥을 넘을 때였다. 몸과 마음이 모두 한계치에 다다르는 순간, 인간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는지 깨닫게 했다. 책에는 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사실 이런 고통스러운 순간은 여행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저자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삶의 진짜 의미를 발견했다.
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길 위에서 수없이 많은 낯선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예상치 못한 때 도움을 건네는 이들, 그들과 짧지만 깊은 교감을 나누는 순간을 책은 소소하지만 깊이 있는 에피소드로 소개했다. 그들은 저자에게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전했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도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믿음과, 여행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선보인다. 그래서일까. 책은 단순히 '어디를 다녀왔다'는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왜 떠나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되묻는다. 책은 기행문을 넘어 도전과 성장,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무모함에 가까운 도전'에서 출발했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중심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그를 길 위로 이끌었다.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수 있는 여정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꿈이 있고 도전을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권한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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