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인가 짠물인가, 코세척과 삼투압의 알쓸신잡

백우진 2026. 4. 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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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심신 탐구]
꽃이 만발하고 나뭇잎이 푸르러지는 좋은 계절이지만, 알레르기 비염으로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괴로운 시기이다. 코세척은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꽃가루와 황사, 미세먼지가 함께 날아다니는 요즘, 알레르기 비염이나 축농증(부비동염)이 있는 사람들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증상이 없는 사람도 코가 막히거나 답답함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 비강세척(코세척)을 알지만, 제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세척을 둘러싼 '알쓸신잡'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기한 잡학이다.

민물: 요즘 코가 불편해지는 계절이잖아. 코세척 해?

짠물: 하지. 개운해서 아침저녁으로 하는 습관을 들였어.

민물: 전문가들은 위생 등 이유로 생리식염수로 하라고 조언하는데, 한국 수돗물 깨끗하잖아? 나는 수돗물로 해.

짠물: 수돗물로 하면 코가 시큰하지 않아?

민물: 대수롭진 않아.

짠물: 생리식염수로 하면 전혀 시큰하지 않잖아.

민물: 그런가?

두 캐릭터 중 민물은 필자, 짠물은 필자의 지인이다. 짠물의 말에는 전문 의료ㆍ건강 지식을 적절하게 추가했다.

생리식염수로 코세척을 하는 과학적인 원리

짠물: 삼투압 현상 몰라?

민물: 알지. 농도 차이가 있을 때 액체가 농도가 짙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잖아. 예컨대 음식을 짜게 먹으면 염분 농도가 높아진 혈액이 수분을 흡수하고. 그래서 갈증이 생기잖아.

짠물: 코세척 용액도 마찬가지야. 수돗물은 맹물이잖아. 맹물을 코로 흘려넣으면 점막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겠어? 삼투압 현상으로 물이 점막 안으로 들어가잖아. 그래서 시큰한 거지.

민물: 콧속만 개운해지면 수돗물도 괜찮지, 뭐.

짠물: 의심이 많구나. 체액과 농도가 비슷한 생리식염수는 수돗물보다 이물질을 더 잘 씻어내지.

비강세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꽃가루 등 알레르기 원인 물질 제거, 콧물이나 가래 배출, 점막 보습 등이 있다.

전해질음료가 맹물보다 빨리 흡수되게 하는 '비밀의 문'

민물: 삼투압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맹물인 수돗물이 삼투압 현상으로 점막을 통과한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소장에서도 맹물이 전해질음료보다 흡수가 빨라야 하는 것 아니야?

전해질음료는 이온음료, 등장성음료 등으로도 불린다. 전해질은 나트륨처럼 용액에서 이온으로 전기분해되는 무기질을 가리킨다. 등장성이란 체액과 농도가 거의 같다는 의미다. 생리식염수는 염화나트륨 농도가 0.9%다. 1L에 소금을 찻수저 하나 정도 넣은 농도다.

짠물: 제법인데. 삼투압만 생각하면 맹물이 체액과 농도가 비슷한 이온음료보다 빨리 흡수돼야 하지. 물을 많이 흡수하는 내장이 소장이야. 소장 벽에는 나트륨과 포도당을 같이 들여보내는 전용 문이 있어. (이는 비유고 실제로는 막단백질이야.) 전용 문의 이름은 SGLT1(sodium-glucose cotransporter 1)이야. 소듐은 나트륨의 다른 이름이지.

나트륨만 있어서는 이 문을 잘 통과하지 못해. 포도당만 있어도 쉽지 않아. 둘이 함께 있을 때 이 문이 활짝 열려.

민물: 수분 흡수를 얘기하자는데 왜 나트륨과 포도당으로 넘어갔어?

짠물: 급하기는. 나트륨과 포도당이 막단백질을 통과하면 어떻게 되겠어?

민물: 내부 농도가 높아지겠지.

짠물: 그래서 전해질음료 속 물이 더 잘 빨려들어가는 거야.

포도당 회수에 더 열심인 둘째 비밀의 문

민물: 이해했다. SGLT1이 있다면 SGLT2도 있겠네?

짠물: SGLT1은 소장에 많고, SGLT2는 신장에 많아. 후자는 신장에서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포도당을 다시 흡수해. 포도당을 흡수하는 능력은 2가 1보다 훨씬 뛰어나. 긴요한 에너지원인 당분을 열심히 수거하는 것이지.

민물: 신장에서 포도당을 회수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들도 있겠네?

짠물: 빙고! 당뇨병 환자에게는 그러면 혈당수치가 낮아지지. 당뇨 치료제 중 다파글리플로진 등이 이 원리를 활용해. 이런 치료제는 SGLT2를 일부러 막거든.

민물: 역시 전문가는 다르네. 인정. 나도 생리식염수로 코세척을 할게. 고맙다.

비강세척은 생리식염수를 한쪽 콧구멍으로 흘려넣으면 된다. 생리식염수가 다른 콧구멍으로 흘러나오면서 이물질이 함께 씻겨나온다. 생리식염수는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생수보다 약간 비싸다. 일회용도 있다. 스프레이형 제품은 사용이 간편하다.

작은 불편함이지만 매년 반복되면 일상은 물론이고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민물 대신 짠물로 콧속을 씻어내면 더 상쾌한 봄날을 누릴 수 있다. 특히 만성 비염이나 만성 부비동염을 앓는 사람은 매일 코세척을 하면 효과가 좋고 약을 덜 써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백우진 칼럼니스트 (smitte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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