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손바닥 보듯’ 북한 감시?…한국 휴민트·분석력 없인 불가능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포함해서 정보당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긴밀한 정보 공유 체계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며 “한미 간 정보 공유는 일방이 아닌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관련 발언으로 미국이 북한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미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지역으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지목한 뒤 하루 50~100장 가량의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전까지 한국과 미국 정보기관 사이에는 북한 정보 공조나 공유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정보는 수집방식에 따라 인간정보(휴민트)와 기술정보로 나뉜다.
인간정보는 사람을 침투시켜 얻거나 사람한테서 빼낸 정보를 말한다. 기술정보는 인공위성, 정찰기, 도청, 레이더 등 과학기술로 수집한 정보를 말한다.
한국은 1990년대까지는 북한 인간정보, 기술 정보를 미국에 모두 의존했다. 남북 교류협력이 막혀 북한 사람을 대상으로 인간정보를 얻을 방법이 거의 없었고, 한국 형편에는 돈이 많이 드는 군사 정찰위성이나 고성능 정찰기를 도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 대북 감시 역량을 갖추려고 1991년부터 백두·금강사업을 추진해 2001년 백두·금강 정찰기를 실전 배치했다. 백두·금강 사업은 백두산까지 신호정보를 수집하고, 금강산(북한의 남포와 함흥을 연결하는 지역)까지 영상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이름 붙었다. 이 사업은 무기 로비스트인 린다 김 사건으로 유명해졌다.
한·미 공조는 양국이 생산한 정보를 공유하고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북한군 무선통신을 감청하는 백두정찰기 비행 고도는 최고 1만3000m 상공이다. 이 고도는 주한 미공군 고공정찰기 유(U)-2기와 미 육군 프로펠러 첩보기 가드레일(지난해 퇴역)의 중간이다. 한·미 정찰기들이 비행 고도를 나눠 공조하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감시정찰 자산 확보에 나섰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고도 20㎞ 상공에서 500㎞까지 감시하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도입했고, 총 5기의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8일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양산 1호기 출고식을 열었다. 이 무인기는 10㎞ 이상의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하며 100㎞ 이상 떨어진 표적까지 식별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글로벌호크는 더 높은 고도, 더 먼 지역을 감시하고 이 무인기는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 전방 지역을 상시 감시한다. 정찰위성이 핵심 전략 표적을 맡는다면 정찰무인기는 전방의 다수 표적과 징후 판단을 담당해 감시망을 촘촘히 메울 수 있다.
한국이 북한 인간정보는 미국보다 앞선다.
원래 미국 정보기관이 기술정보에 치중해온데다 인종·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북한 간부를 직접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래 북한경제의 악화로 탈북자가 한국에 대거 들어오고,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남북접촉 확대가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한국은 대북 인간정보 영역에서 정보 역량을 빠르게 키웠다.
미국 정보기관은 대북 인간정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보기관과 협력관계를 모색해 왔다.
한미가 상호보완적으로 정보를 공유한 사례는 2009년 상반기 미국 기자 북한 억류 사건이 꼽힌다.
2009년 2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정보가 보도되자 미국은 이에 반발해 북한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후 2009년 3월17일 중국-북한 국경지대에서 취재 중이던 미국인 기자 2명이 북한에 무단으로 들어가 체포·억류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2명의 기자들은 미국과 북한이 석방 교섭을 벌인 끝에 2009년 8월5일 풀려났다.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 기자들이 억류되자 한국 정보기관에 이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급하게 요청해왔다고 한다.
통신 감청과 위성·정찰기 사진이라는 기술정보만으로는 미국 기자들의 억류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 현지 정보망을 가동해 미국 기자들이 평양 근교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을 파악해 미국에 넘겨줬다고 한다. 이후 미국의 북한 정보 공유 제한이 해소됐다고 한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 현지에서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할 급한 상황이 있으면, 한국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는 취득 이후 분석이 중요한데, 분석 능력은 한국이 앞선다.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북한을 방문한 적도 없는 미군 정보관들이 언어 장벽까지 극복해 북한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역량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한국군의 영상판독 능력도 미군에 뒤지지 않는다.
주한미군은 2년마다 영상판독 요원이 교체되지만 한국 담당자들은 지난 20~30년간 경기 평택 오산기지에서 미군과 함께 영상만을 계속 판독해왔다. 주한미군 영상판독요원이 교체되면 한국군에게 배운다고 한다. 미군은 영상판독관이 부족할 경우 한국군에게 북한지역에 대한 위성영상 판독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 영상 판독을 맡기면서 미군이 영상을 제공하는 시간도 빨라졌다. 과거에는 미 군사위성 영상을 한국군이 요청하면 며칠 있다가 제공했는데, 지금은 전용 네트워크를 통해 군사위성으로 영상을 촬영해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한국에 보내준다고 한다.
한편, 미국은 정찰위성·정찰기 등을 통해 북한을 매우 정밀하게 감시한다며 ‘북한을 손바닥 보듯 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는 한계가 있다.
핵 탑재가 가능한 북한 탄도미사일 작전지역(작전지역)은 넓이가 직경 100㎞ 가량이라 작전지역 전체를 위성으로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전 지역내 핵미사일 작전기지와 주요 목표 지점을 선정해 감시해야 한다. 특히 이동하는 주요 표적을 실시간 감시하려면 흭득한 위성영상에서 사전에 미리 선정한 주요 감시지점이나 표적 위주로 확대하여 판독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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