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학교가 되어간다”…소풍·운동회 사라진 초등학교

정승우 기자 2026. 4. 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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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교 4곳 중 3곳 소풍 포기
교사들 “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운동회가 열린 인천의 한 초등학교. 연합뉴스

요즘 많은 초등학교가 점점 '조용한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 함성과 웃음소리가 크게 줄면서 봄 소풍과 운동회가 사라지고, 운동장에서는 운동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상황이 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올해 1일형 현장체험학습(소풍)을 계획한 곳은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26%에 그쳐 4곳 중 3곳이 소풍을 포기한 실정이다. 경기 지역은 28%, 대전은 21%로 더욱 낮은 비율을 보였다. 수학여행 등 숙박형 체험학습도 급감해 서울의 경우 2023년 13.2%에서 2025년 6.8%로 반토막 났다.

운동회와 체육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6189곳 가운데 312곳(5%)이 교과 시간 외 축구·야구 등 스포츠 활동을 금지했다. 부산은 34.7%(3분의 1)에 달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학교가 운동회를 외부 대행으로 축소하거나 청·백팀 점수를 조정해 무승부로 마무리하고, 응원 소리를 제한하거나 "운동회 소음 양해"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가 조용해진 가장 큰 이유는 교사의 안전 책임 부담이다. 2022년 강원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버스 사고로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건 이후 교사들의 불안이 크게 커졌다. 해당 담임교사는 최근 항소심에서도 금고 6개월(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교사의 89.6%가 "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매우 크다'고 호소했다.

소음 민원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접수된 초등학교 운동회 관련 소음 민원은 연간 350건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2018년 77건에서 2024년 214건으로 약 2.8배 증가했다. 학교 주변 아파트가 늘면서 민원이 폭증하자 일부 학교는 아예 운동회를 취소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역을 이유로 비교과 활동을 줄인 경험이 학교 문화로 고착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 전문가들은 소풍과 운동회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중요한 교육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세상에 적용해보는 기회이며, 운동회는 승패를 통해 좌절과 극복, 규칙 속 협력과 경쟁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성 저하가 우려되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활동 감소는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과 교육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은 지난 21일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와 교육청 전담 대리제 도입을 제안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22일 "교사가 민원과 형사처벌 공포에서 벗어나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도교육청과 함께 체육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은 제도 개선이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