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자들 사이언스 기고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철새 경로 위협”

정부의 풍력발전 건설 계획이 한해 최대 6800만 마리의 철새가 이용하는 서해안 서식지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사이언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각) 국내 조류연구자들이 쓴 “한국의 풍력발전이 새의 경로를 위협하고 있다”는 단신을 공개했다. 이번 글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남형규·최유성·김동원·최한이 연구사가 함께 기고했다. 국가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이들은 기고 글에서 “한국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해상풍력 발전 확대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탈탄소화는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 추진 중인 에너지 인프라(해상풍력 발전단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경로’에 포함된 황해(서해) 구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갯벌과 철새 이동 병목구간에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배치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추가 건설에 앞서 철새 경로 전 구간에 대한 누적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경로(EAAF·East Asian-Australasian Flyway)는 연간 2800만~6800만 마리의 새들이 오가는 지구 상 9개의 철새 경로 중 하나다. 우리나라 서해 갯벌은 큰뒷부리도요·넓적부리도요·알락꼬리마도요·붉은어깨도요·검은머리물떼새 등 도요물떼새와 저어새·황새·흑두루미·검은머리갈매기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생존을 의지하는 핵심 기착지다.

저자들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사업은 국내 최초의 국가주도 해상풍력 개발사업인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으로, 전북 고창·부안 해역에 총 10조원을 들여 2기가와트(GW)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완공한 60메가와트(㎿) 규모의 실증단지가 고창 앞바다에 조성돼 있고, 인근에 2조6천억원을 들여 400㎿ 규모의 시범단지를 2030년까지 건설 중이다. 80㎢ 크기로, 여의도 면적 18배가량이다.
문제는 이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 가운데 한 곳인 전북 고창갯벌에서 불과 22㎞ 거리인 데다, 이동성 도요물떼새들이 주로 이용하는 핵심 경로와 겹친다는 것이다. 실제 해상풍력은 바람을 타고 활공하는 철새들과 같은 공역을 써 이들의 경로에 영향을 준다. 새들이 풍력 단지를 우회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커지고, 먹이 활동을 하는 기착지도 분절된다. 철새는 또 밤바다 위를 200m 이하로 날기에, 최근 300m 이상으로 높이가 대형화되는 해상풍력 발전기와의 직접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저자들은 “붉은어깨도요 같은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 감소는 이미 서해 갯벌 손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로 인한 추가 서식지 감소, 서식지 파편화 등 누적된 교란은 조류 생태에 예상보다 더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전 세계 약 30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어깨도요는 서해 갯벌 의존도가 가장 높은 종 가운데 하나로, 과거 만경·동진강 하구에 약 12만 마리가 도래했으나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해마다 5.2%씩 서식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자들은 이에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지만, 풍력 터빈은 철새들의 주요 이동 병목 지점, 중간 기착지 및 월동지, 이동 통로에 건설되어선 안 된다”면서 “개발 담당자들은 조류 이동 데이터, 장기적인 개체군 조사 결과, 이동 경로를 반영한 누적환경영향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월1일부터 공항 및 공항 주변 개발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의 생태·충돌 위험 등을 고려하도록 하는 새 지침을 마련했는데, 이 지침에서는 공항 개발뿐 아니라 다른 개발사업이 조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합산하는 누적환경영향평가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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