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프랑스가 심고 동독이 키운 ‘베트남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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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먹고 난 후 생각나는 것이 있다.
1986년 동독은 향후 20년간 베트남이 생산한 커피의 일정량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이외에도 사향족제비 배설물에서 원두를 추출한 위즐커피, 계란 노른자로 만든 거품이 특징인 에그커피, 소금을 넣어 단맛과 고소함을 끌어올린 후에 지역의 소금커피, 코코넛 밀크와 연유를 블렌딩한 코코넛 커피, 우유 비율이 높은 사이공 차이나타운의 박씨우 등 베트남만의 특색있는 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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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먹고 난 후 생각나는 것이 있다. 커피다. 베트남은 전 세계 커피 수출량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2위 커피 수출국이다. 커피나무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다. 그런데 왜 원두 발원지도 아닌 베트남이 커피 수출국 2위가 됐을까. 그 배경엔 프랑스 식민 지배와 냉전, 동독의 생존 전략이 얽혀 있다.
베트남이 세계2위 커피 수출국?
베트남은 1857년 프랑스 가톨릭 선교사가 아라비카 묘목을 들여오면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중부 고원 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이 풍부해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기후였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우유에 드립커피를 넣는 카페 오레(Café au lait)를 베트남에 들여오며 베트남 일상에도 커피가 자리 잡았다.
1940년대 커피 녹병균이 베트남 농가를 덮치자 아라비카 재배 비율이 1945년 64.5%에서 1957년 1.7%까지 폭락했다. 농가들은 녹병균에 강한 로부스타 품종으로 재배 품종을 전환했다. 이때 품종전환을 계기로 현재까지도 로부스타 품종을 주로 재배하고 있다.

1970년대 동독이 베트남 커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동독은 커피를 민생 안정의 수단으로 여겼다. 문제는 공급이었다. 주요 원두 공급처인 브라질에 이상기후가 닥치며 국제 원두 가격이 폭등했다. 동독은 대안으로 에티오피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원두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협정이 파기됐고, 새 파트너로 베트남을 택했다.
1986년 동독은 향후 20년간 베트남이 생산한 커피의 일정량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베트남은 협정 이후 커피 생산 면적을 4배 이상 늘렸고 커피는 베트남 최대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가 됐다. 동독은 그 대가로 병원과 주택 등 인프라를 지었다.
그러나 1990년 독일이 통일되며 베트남은 판매처를 잃었다. 이때 베트남 정부는 1986년 도이머이(Đổi Mới) 개혁을 통해 국가 통제 하에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경제를 개방했다. 이후 관광객을 통해 베트남 커피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베트남의 커피 생산 시스템은 동독과의 협정에서 기반했다.

로부스타·핀 추출·연유… 베트남 커피의 ‘한끗’
베트남 커피를 구분 짓는 특징 세 가지가 있다. 로부스타 원두, 핀 추출, 연유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 카페인이 약 2배 높다. 당분과 지방 함량은 낮고, 산도도 낮다. 흙 냄새 같은 어스시한 향에 초콜릿과 견과류 풍미가 특징이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위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베트남에서는 원두를 버터와 설탕에 볶아 깊고 진한 맛을 만든다.
두 번째는 소형 금속 드립 필터인 핀(Phin)이다. 컵 위에 핀 필터를 올리고 커피 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으면 약 7분에 걸쳐 커피를 내린다. 프랑스 식민 시대에 커피와 함께 유입됐다.
세 번째는 연유다. 프랑스에서는 카페 오레를 즐겨마시는데 식민지 시절 베트남에서 신선한 우유를 구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장기 보존이 가능한 연유가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연유의 달콤함이 로부스타 원두의 쓴맛과 균형을 이루며 베트남 커피만의 맛을 완성한다.
이외에도 사향족제비 배설물에서 원두를 추출한 위즐커피, 계란 노른자로 만든 거품이 특징인 에그커피, 소금을 넣어 단맛과 고소함을 끌어올린 후에 지역의 소금커피, 코코넛 밀크와 연유를 블렌딩한 코코넛 커피, 우유 비율이 높은 사이공 차이나타운의 박씨우 등 베트남만의 특색있는 커피가 있다.

베트남 커피는 식민 지배와 전쟁, 문화가 겹겹이 쌓이며 형성됐다. 핀 추출방식처럼 천천히 응축된 시간이 베트남 커피의 개성을 만들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베트남 커피 또는 연유커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오늘 얼음 가득한 연유 커피 한 잔을 추천한다.
정래연 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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