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작전인가, 불법 개입인가···멕시코서 CIA 요원 사망에 ‘주권 침해’ 논란 확산

멕시코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2명이 사망하면서 멕시코 당국이 미국의 자국 내 안보 활동을 허용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주 정부는 양국의 ‘합동 작전’이었다고 발표했으나, 멕시코 연방 정부는 이를 승인한 적이 없다며 즉각 선을 그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안보부는 지난 19일 사고로 숨진 미국인 2명의 작전 참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보부 조사 결과 사망한 요원 중 한 명은 일반 방문객 자격으로, 다른 한 명은 외교 여권을 소지하고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멕시코 외교부는 현지 당국 및 주멕시코 미국 대사관과 함께 해당 사안의 절차적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19일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시에라마드레산맥에서 발생했다. 당시 미국 연방 요원 2명과 멕시코 수사관 2명은 마약 카르텔 제조시설 습격 작전을 마친 뒤 복귀하다 차량이 낭떠러지로 추락해 전원 사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사망한 미국인들이 CIA 소속 요원이라고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한 치와와주 검찰 측은 “마약 제조실 파괴를 위한 합동 작전 복귀 중 발생한 사고”라며 “미국인들은 실제 작전 참여가 아닌 무인기(드론) 조종 교육을 위한 교관 자격으로 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사고 당일 멕시코군이 관련 작전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미국 요원이 동행했다는 사실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 정부 요원의 독자적인 자국 내 활동은 결코 허용될 수 없으며 CIA의 관여가 확인될 경우 미국 측에 공식 항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국가안보법은 외국 요원이 정부의 승인 없이 국내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방 정부 차원에서 협력하는 것도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위헌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멕시코에서는 ‘주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세운 강경 개입주의인 이른바 ‘돈로 독트린’이 실제 군사 개입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셰인바움 대통령은 오는 27일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당국의 자체 조사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주멕시코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 사건 관련, “사망자들이 카르텔 소탕 노력을 지원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미 국무부와 CIA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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